전체검색 결과

본문 바로가기
 
    •    0
  • 사이트 내 전체검색

    전체검색 결과

    상세검색

    - 전체검색 결과

    게시판
    1개
    게시물
    30개

    2/3 페이지 열람 중


    문학, 이야기 / WRITINGS & STORIES 게시판 내 결과

    • 남자는 세상에서 가장 큰 거미를 그려달라고 했다.남자가 가져온 인쇄물은 거미라기보다는 커다란 홍게처럼 보였다.새를 먹는 골리앗거미.세상에서 가장 큰 거미의 이름이다."이 완벽한 대칭 좀 봐.꼭 반으로 접어 찍어낸 것 같지 않아?"남자는 인쇄물 속의 골리앗거미를 노려보며 말했다."똑같이,똑같이 그려 줘.몸을 덮고 있는 이 보송보송한 털까지."남자가 원하는 것은 거미의 털이나 대칭으로 잘 뻗은 다리가 아니다.남자는 협각류의 외피를 원한다.거미가 작은 몸집에도 불구하고 다른 동물에게 위압적인 존재가 될…

    • 아버지는 자기를 화장하고 나면 남은 유골을 화분으로 만들어 달라고 했었다. 그건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런데 아버지는 평소에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워낙 자주 하는 사람이었어서 나는 무심코 그럴게요 하고 대답했었고 잠깐 이거 이상해, 생각했을 때에는 이미 아버지의 유골함을 무릎에 올려놓은 채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앉아 있었다.버스 안에는 화장터 앞 정류장에서 함께 탔던 사람들이 몇 명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울었거나 울고 있거나 울 것처럼 보였고 그들에 비하면 나는 도시락 가방을 안고 어디 나들이라도 가는 사람 같아…

    • 심도/銀線카메라를들고K가묻는다.오빠,심도하고삶이무슨상관일까?얘는또무슨헛소리지.창고의낡은짐을정리하다보면으레그렇게되듯이,추억의물건들을뒤적거리던참이었다. K가들고있는건낡고먼지가쌓인카메라였다.어릴적사진작가가되겠다며설치던시절에할아버지집에있던걸졸라서얻어낸것이다.정확히내가중2때의일이다.할아버지도이젠안계시고,카메라를잊고산지는어느덧20년이넘었다.검은색의바디가회색이될정도로먼지가쌓인그카메라는K가입고있는쨍한녹색의스웨터와대비되어한층더희미해보였다. 온세상이알록달록하니채도가높은가운데,혼자서만흑백사진이된것만같았다.나에게는그모습이마치세상에서그부분만지우개로지운것처…

    • 2020 세계일보 문학평론 신춘문예 당선작이 시대의 독법-팔리는 문학에 대한 고찰(중략)모든 독자가 구체적인 언어로 시를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아마 시를 읽는 순간 떠올린 이미지와 알 수 없는 직관으로 시를 이해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이랄까. 그런데 유독 시는 그렇게 즐기면 안 되는 것처럼 여겨져 왔다. 나는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게 좋다. 파편처럼 남은 단어를 좇으며 나만의 그림을 그리는 일이 즐거워 시를 읽었지만, 어디 가서 시에 대해 떠들지 않을 정도의 사회성은 갖췄다. 시에 대해 말하려면 꼭10…

    • 김금희소설(10)7.회식은신촌기찻길에서있었다.부장이말했듯이주먹고기집에서였다.오늘의주인공이니본부장앞에앉으라고해서그자리에서열심히고기를구웠다.본부장은상상했던것보다는인상이좋았고그래서기분이더가라앉았다.테이블에는해란씨도없었고조중균씨도없었다.조중균씨는교정기한을한달이나넘겨서회사에해를끼쳤다는이유로,직무유기,태만이라는명목으로해고되었다.소송이나일인시위를벌일지도모른다며회사는내게경위서도받았다.경위서는부장이썼고나는거기에사인만했다.그렇게해서회사에서채용한직원수는한명도,두명도아닌말그대로‘0’명이되었다.지난여름동안아무도조중균씨에대해이야기하지않았으면서조중균씨가사라지…

    • 김금희 소설 (9)조중균씨는아무것도적지않아도되는시험에대해생각했다.그렇게해서얻는점수란어떤것인가에대해.여름이가까운교정에서다당다당다당하는꽹과리소리가들려왔다.조중균씨귀에는왠지그것이나가나가나가하는소리로들렸다.쿵쿵덕쿵덕쿵쿵덕쿵덕장구소리가들려왔다.조중균씨귀에는왠지그것이뻑뻑뻐꾸기뻑뻑뻐꾸기라고들려왔다.“왜문제가없는겁니까?”조중균씨가물었다.“이름적기가시험이야,이름만적으면돼.”감독관이조중균씨의어깨를툭치며지나갔다.아무것도쓰지않고이름만적는건부끄러운일이었다.우리가원하는건아무것도하지않음으로써얻어지는형태의것이아니었으니까.조중균씨는부끄러웠다.여기에이름을적고가만히…

    • 김금희소설(8)6.그리고그날저녁해란씨가회식을하자고했다.셋이서.해란씨친구가한다는카레집에서카레를먹고어색하게맥주를마셨다.조중균씨는같은테이블에앉아있어도자연스럽게자기세계로가버리는사람이었다.그나마해란씨가자꾸말을시켜서그의관심을카레집테이블로돌아오게했다.해란씨는조중균씨에게2만원이야기를해달라고했다.2만원?조중균씨가머뭇거리자해란씨는“영주언니는모르잖아요,”하고졸랐다.조중균씨는맥주를한병더주문하면서셔츠앞주머니에서지폐를꺼냈다.아까오후에도긴장속에서확인했듯이2만원이었다.학생때조중균씨는데모를하다가경찰서에붙들려간적이있다고했다.그러다며칠만에풀려났는데형사가목욕이나하고들…

    • 김금희 소설 (7)5.화가머리끝까지난노교수가사무실을찾아왔다.노교수는나이가많은데도회사의계단을한번쉬지도않고올라왔다.2주째미뤄진작업때문에내정신은이미남동풍을타고먼길을떠난뒤였다.남동풍을타면북극해로갈수있다고들었다.나는그북극의난폭한곰처럼마구발톱을휘둘러연어나물개따위를잡아먹고싶었다.노교수가돌아간뒤부장은오늘부터조중균씨작업량을시간대별로확인하라고했다.그리고나는그일을다시해란씨에게맡겼다.부장은언젠가부터지시사항을나만불러따로이야기했고지금진행중인책뿐아니라가을과겨울의작업들에대해서도이야기했다.그러니자연스럽게나는해란씨의경쟁자가아닌상사가되어있었다.해란씨는내가말한문서를만…

    • 김금희소설(6)4.해란씨는그사이다리를다쳐목발에의지해야하는신세가되었다.집에서반찬을하다가칼이발등으로떨어져내렸다고했다.회사는5층건물이었고심지어엘리베이터도없었다.해란씨는땀을뻘뻘흘리며하루내려와먹더니다음부터는점심시간에사무실을지켰다.이번기회에다이어트를좀하겠다고했다.점심을먹고돌아와보면해란씨와조중균씨가무언가이야기를나누고있었다.해란씨는자기가원고교정을제대로보지않아서조중균씨일이늘었다고미안해했다.그래서조중균씨가교정을보면그교정지를다시읽으면서자기가무얼놓쳤나공부하곤했다.조중균씨는다른회사사람들과는거리가분명했지만해란씨에게는그러지않았다.훌륭한사수와후임처럼,선배와후배…

    • 김금희 소설 (5)3.원래사흘로잡혀있던조중균씨의작업기간은일주일로,다시열흘로늘어났다.스트레스로얼굴전체가붓는느낌이었다.풍선이나애드벌룬이되어가는것같았다.이러다뻥,하고터지면어쩌나초조했다.노교수는책이제때나올수있겠느냐고하루가멀다하고전화를해왔다.그런불안은시도때도없이노교수의일상을뒤흔드는지아침을먹다가,한의원에서침을맞다가,취미인국궁을하러갔다가,심하게는등산을하러갔다가도전화를걸어왔다.안그래도귀가어두워통화가어려웠는데북한산어딘가에서거는전화는자꾸끊겼다.교정이늦어져서요,하면교정볼게뭐가있느냐,니들이한국사에대해뭘아느냐,건방떨지말고인쇄기나돌려라,하는불호령이떨어졌다.…


    Copyright © seoulpirates.com/ All rights reserved.
    PC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