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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버전)https://youtu.be/UosfSCcornk정말 재밌게 본 단편 중 하나아래는 짤 버전이며, 혹시 영상으로 먼저 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위에 유튭 링크도 첨부한다.퍼온거라 사족이 많이 달려있지만 00년대 특유의 쌈마이 감성을 보는 맛이 또 있다
봄비가 촉촉이 내리던 어느 날 오후, 마리아 델 라 루스는 렌터카를 운전하면서 바르셀로나로 오고 있었다. 바로 그 때 모네그로스 사막 지역에서 자동차가 고장났다. 그녀는 아리땁고 말이 없는 27세 멕시코 여자였으며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여러 흥행물의 여배우로써 조금은 이름을 날리던 사람이었다. 그녀는 사교장에서 일하는 마법사와 결혼을 했다. 그날 그녀는 사라고사에 있는 몇몇 친척을 방문한 후 남편을 만나려고 가던 중이었다. 폭풍 속을 빠르게 질주하는 화물차와 승용차들에게 한 시간 동안이나 초조하게 신호를 보내던 끝에 털털거리는 버스…
아버지는 자기를 화장하고 나면 남은 유골을 화분으로 만들어 달라고 했었다. 그건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런데 아버지는 평소에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워낙 자주 하는 사람이었어서 나는 무심코 그럴게요 하고 대답했었고 잠깐 이거 이상해, 생각했을 때에는 이미 아버지의 유골함을 무릎에 올려놓은 채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앉아 있었다.버스 안에는 화장터 앞 정류장에서 함께 탔던 사람들이 몇 명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울었거나 울고 있거나 울 것처럼 보였고 그들에 비하면 나는 도시락 가방을 안고 어디 나들이라도 가는 사람 같아…
2020 세계일보 문학평론 신춘문예 당선작이 시대의 독법-팔리는 문학에 대한 고찰(중략)모든 독자가 구체적인 언어로 시를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아마 시를 읽는 순간 떠올린 이미지와 알 수 없는 직관으로 시를 이해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이랄까. 그런데 유독 시는 그렇게 즐기면 안 되는 것처럼 여겨져 왔다. 나는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게 좋다. 파편처럼 남은 단어를 좇으며 나만의 그림을 그리는 일이 즐거워 시를 읽었지만, 어디 가서 시에 대해 떠들지 않을 정도의 사회성은 갖췄다. 시에 대해 말하려면 꼭10…
깊이에의 강요 / 파트리크 쥐스킨트소묘를 뛰어나게 잘 그리는 슈투트가르트 출신의 젊은 여인이 초대 전시회에서 어느 평론가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그는 악의적인 의도는 없었고, 그녀를 북돋아 줄 생각이었다.「당신 작품은 재능이 있고 마음에 와 닿습니다. 그러나 당신에게는 아직 깊이가 부족합니다.」평론가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던 젊은 여인은 그의 논평을 곧 잊어버렸다. 그러나 이틀 후 바로 그 평론가의 비평이 신문에 실렸다.「그 젊은 여류 화가는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고, 그녀의 작품들은 첫눈에 많은 호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그것…
도로헤도로를 재밌게 보았다면 만족할만한 만화 하나 추천!체인소맨(전기톱맨)이라는 비범한 제목의 만화다.악마가 출현하는 세상에서 악마를 잡기 위해 활동하는 헌터들,그리고 주인공은 정부 소속의 대악마 공안과로 들어가게 되는데...작중의 여러 악마들, 그리고 악마와 계약을 맺어 다양한 능력을 쓰는 헌터들,피분수와 신체절단이 난무하지만 코믹하고 가벼운 분위기와정체 모를 악마들이 만들어내는 오컬트한 세계관이 매우 매력적이다.작중에는 도로헤도로를 비롯해 다른 만화에서 오마쥬/패러디 한듯 한 요소가 넘쳐나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재밌게 볼 수…
바른대로 말이지 나는 약수(藥水)보다도 약주(藥酒)를 좋아하는 편입니다.술 때문에 집을 망치고 몸을 망치고 해도 술 먹는 사람이면 후회하는 법이 없지만 병이 나으라고 약물을 먹었는데 낫지 않고 죽었다면 사람은 이 트집 저 트집 잡으려 듭니다.우리 백부께서 몇 해 전에 뇌일혈로 작고하셨는데 평소에 퍽 건강하셔서 피를 어쨌든지 내 짐작으로 화인(火印) 한 되는 쏟았지만 일주일을 버티셨습니다.마지막에 돈과 약을 물 쓰듯 해도 오히려 구(救)할 길이 없는지라 백부께서 나더러 약수를 길어오라는 것입니다. 그때 친구 한 사람이 악발골 바로 넘…
글 앞에 서면 도망치고 싶다. 글에서 요구하는 것과 내가 단어로 나열하기 전 그 사이 넓은 평야에는 언제나 거대한 거인이 서 있다. 그 혹은 그녀는 숨을 곳 없는 넓은 평야를 지켜 보면서 내가 나르는 단어들을 거대한 손가락으로 검사한다. 자연스럽게 내 몸에 닿는 힘은 무심해도 상대적으로 너무나도 작은 자에게는 세상이 흔들리는 충격과도 같다. 꼬리뼈가 근지럽고 다리는 떨려서 굳게 세운 심지가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겁에 질린 톰슨가젤처럼 어디로 튀어 버릴지 모른다. 그렇게 꾸역꾸역 왕복으로 단어를 옮기다 보면 어느새 하나의 글이 완성 돼…
최후의 질문 - 아이작 아시모프, 1956 최후의 질문이 반 농담으로나마 처음 던져진 것은 인류가 광명을 향해 막 첫걸음을 내디딘 2061 년 5월 21일이었다. 질문은 칵테일 잔을 사이에 둔 5달러짜리 내기의 결과였고,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 이루어졌다. 알렉산더 아델과 버트램 루포브는 멀티백의 성실한 조작원들이었다. 다른 모든이처럼 그들도 수마일에 걸친, 차갑게 불빛을 번쩍이며 딸깍거리는 소리를 내는 그 거대한 컴퓨터의 껍데기 속에 무엇이 있는지 잘 알지는 못했다. 그들은 한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정도를 훨씬 넘어선 컴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