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색 흐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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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색 흐느낌

신기섭 시집
  • 저자
    신기섭
  • 출판
    문학동네
  • 발행
    2021.07.31.
책 소개
넓적다리 뼈다귀처럼 개들에게 물어뜯기는 아직도 상처받을 수 있는 쓸모 있는 몸, 그러나 몸 깊은 곳 상처의 냄새마저 이제 너를 떠난다 그것은 너의 세월, 혹은 영혼, 기억들; 토막난 죽은 몸들에게 짓눌려 피거품을 물던 너는 안 죽을 만큼의 상처가 고통스러웠다 간혹 매운 몸들이 으깨어지고 비릿한 심장의 파닥거림이 너의 몸으로 전해져도 눈물 흘릴 구멍 하나 없었다 상처 많은 너의 몸 딱딱하게 막혔다 꼭 무엇에 굶주린 듯 너의 몸 가장자리가 자꾸 움푹 패어갔다 _「나무도마」 부분 텅텅 빈 화분 세 개 마당에 나뒹굴고 있어 아주 훤히 비었으므로 게워낼 것도 없어 그저 채워야만 하는 마음뿐인 듯 그 마음만으로도 그냥 살아내야 한다는 듯 _「근황」 부분 나는 가던 길을 매번 다시 돌아온다. 이생의 산소호흡기와 오줌 호스를 탯줄처럼 다시 꽂고, 눈을 뜨면 사라진 내 몸의 꽃들. 실연당할수록 꽃보다는 향기가 그립다. 매일매일 하루분의 향기를 제공받지만, 그 향기 왜 맡지 못할까 사람들은, 왜 그것을 목숨이라고 할까 _「꽃상여」 부분 200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신기섭 시인의 첫 시집이자 마지막 시집인 『분홍색 흐느낌』을 문학동네포에지 28번으로 새롭게 복간한다. “존재론적인 고통을 풀어냄에 있어서 고통의 근육을 느끼게 하는 생동감을 가지고 있”다는 평을 받으며 장래가 촉망되는 시인으로 데뷔하였으나 같은 해 폭설이 내리던 12월 4일 불의의 사고로 만 스물여섯에 세상을 떠났다. “몸은 큰 강을 건너갔지만, 비와 바람에도 씻기지 않을 언어의 비석”을 세상에 남기고(문태준). 시집에는 별다른 부의 구분 없이 모두 53편의 시를 실었다. 2006년 초판 발간 당시 편집에는 시인의 은사이기도 했던 문학평론가 신수정, 소설가 윤성희를 비롯한 모교 서울예대의 문우들이 참여했다. 등단 후 문예지에 발표한 시 20여 편과 평소 시집 출간을 염두에 두고 시인 스스로 정리해둔 습작 및 미발표작들을 묶어 선보였다. 빈방, 탄불 꺼진 오스스 추운 방, 나는 여태 안산으로 돌아갈 생각도 않고, 며칠 전 당신이 눈을 감은 아랫목에, 질 나쁜 산소호흡기처럼 엎드려 있어요 내내 함께 있어준 후배는 아침에 서울로 갔어요 당신이 없으니 이제 천장에 닿을 듯한 그 따뜻한 밥 구경도 다 했다, 아쉬워하며 떠난 후배 보내고 오는 길에 주먹질 같은 눈을 맞았어요 불현듯 오래전 당신이 하신 말씀; 기습아, 인제 내 없이도 너 혼자서 산다, 그 말씀, 생각이 나, 그때는 내가 할 수 없었던, 너무도 뒤늦게 새삼스레 이제야 큰 소리로 해보는 대꾸; 그럼요, 할머니, 나 혼자도 살 수 있어요, 살 수 있는데, 저 문틈 사이로 숭숭 들어오는, 눈치 없는 눈발 몇 몇, _「뒤늦은 대꾸」 전문

책 정보

책 정보

  • 카테고리
    한국시
  • 쪽수/무게/크기
    96169g131*224*10mm
  • ISBN
    9788954680080

책 소개

넓적다리 뼈다귀처럼 개들에게 물어뜯기는
아직도 상처받을 수 있는 쓸모 있는 몸, 그러나
몸 깊은 곳 상처의 냄새마저 이제 너를 떠난다
그것은 너의 세월, 혹은 영혼, 기억들; 토막난
죽은 몸들에게 짓눌려 피거품을 물던 너는
안 죽을 만큼의 상처가 고통스러웠다
간혹 매운 몸들이 으깨어지고 비릿한 심장의
파닥거림이 너의 몸으로 전해져도 눈물 흘릴
구멍 하나 없었다 상처 많은 너의 몸
딱딱하게 막혔다 꼭 무엇에 굶주린 듯
너의 몸 가장자리가 자꾸 움푹 패어갔다 _「나무도마」 부분

텅텅 빈 화분 세 개
마당에 나뒹굴고 있어
아주 훤히 비었으므로
게워낼 것도 없어 그저
채워야만 하는 마음뿐인 듯
그 마음만으로도 그냥
살아내야 한다는 듯 _「근황」 부분

나는 가던 길을 매번 다시 돌아온다.
이생의 산소호흡기와 오줌 호스를 탯줄처럼 다시 꽂고,
눈을 뜨면 사라진 내 몸의 꽃들. 실연당할수록 꽃보다는 향기가 그립다. 매일매일 하루분의 향기를 제공받지만, 그 향기 왜 맡지 못할까 사람들은, 왜 그것을 목숨이라고 할까 _「꽃상여」 부분

200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신기섭 시인의 첫 시집이자 마지막 시집인 『분홍색 흐느낌』을 문학동네포에지 28번으로 새롭게 복간한다. “존재론적인 고통을 풀어냄에 있어서 고통의 근육을 느끼게 하는 생동감을 가지고 있”다는 평을 받으며 장래가 촉망되는 시인으로 데뷔하였으나 같은 해 폭설이 내리던 12월 4일 불의의 사고로 만 스물여섯에 세상을 떠났다. “몸은 큰 강을 건너갔지만, 비와 바람에도 씻기지 않을 언어의 비석”을 세상에 남기고(문태준). 시집에는 별다른 부의 구분 없이 모두 53편의 시를 실었다. 2006년 초판 발간 당시 편집에는 시인의 은사이기도 했던 문학평론가 신수정, 소설가 윤성희를 비롯한 모교 서울예대의 문우들이 참여했다. 등단 후 문예지에 발표한 시 20여 편과 평소 시집 출간을 염두에 두고 시인 스스로 정리해둔 습작 및 미발표작들을 묶어 선보였다.

빈방, 탄불 꺼진 오스스 추운 방,
나는 여태 안산으로 돌아갈 생각도 않고,
며칠 전 당신이 눈을 감은 아랫목에,
질 나쁜 산소호흡기처럼 엎드려 있어요
내내 함께 있어준 후배는 아침에 서울로 갔어요
당신이 없으니 이제 천장에 닿을 듯한 그 따뜻한
밥 구경도 다 했다, 아쉬워하며 떠난 후배
보내고 오는 길에 주먹질 같은 눈을 맞았어요
불현듯 오래전 당신이 하신 말씀; 기습아,
인제 내 없이도 너 혼자서 산다, 그 말씀,
생각이 나, 그때는 내가 할 수 없었던,
너무도 뒤늦게 새삼스레 이제야
큰 소리로 해보는 대꾸; 그럼요,
할머니, 나 혼자도 살 수 있어요,
살 수 있는데, 저 문틈 사이로 숭숭 들어오는,

눈치 없는
눈발

몇,
_「뒤늦은 대꾸」 전문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 편집자의 책소개

넓적다리 뼈다귀처럼 개들에게 물어뜯기는
아직도 상처받을 수 있는 쓸모 있는 몸, 그러나
몸 깊은 곳 상처의 냄새마저 이제 너를 떠난다
그것은 너의 세월, 혹은 영혼, 기억들; 토막난
죽은 몸들에게 짓눌려 피거품을 물던 너는
안 죽을 만큼의 상처가 고통스러웠다
간혹 매운 몸들이 으깨어지고 비릿한 심장의
파닥거림이 너의 몸으로 전해져도 눈물 흘릴
구멍 하나 없었다 상처 많은 너의 몸
딱딱하게 막혔다 꼭 무엇에 굶주린 듯
너의 몸 가장자리가 자꾸 움푹 패어갔다
--- 「나무도마」 중에서

텅텅 빈 화분 세 개
마당에 나뒹굴고 있어
아주 훤히 비었으므로
게워낼 것도 없어 그저
채워야만 하는 마음뿐인 듯
그 마음만으로도 그냥
살아내야 한다는 듯
--- 「근황」 중에서

나는 가던 길을 매번 다시 돌아온다.
이생의 산소호흡기와 오줌 호스를 탯줄처럼 다시 꽂고,
눈을 뜨면 사라진 내 몸의 꽃들. 실연당할수록 꽃보다는 향기가 그립다. 매일매일 하루분의 향기를 제공받지만, 그 향기 왜 맡지 못할까 사람들은, 왜 그것을 목숨이라고 할까
--- 「꽃상여」 중에서

200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신기섭 시인의 첫 시집이자 마지막 시집인 『분홍색 흐느낌』을 문학동네포에지 28번으로 새롭게 복간한다. “존재론적인 고통을 풀어냄에 있어서 고통의 근육을 느끼게 하는 생동감을 가지고 있”다는 평을 받으며 장래가 촉망되는 시인으로 데뷔하였으나 같은 해 폭설이 내리던 12월 4일 불의의 사고로 만 스물여섯에 세상을 떠났다. “몸은 큰 강을 건너갔지만, 비와 바람에도 씻기지 않을 언어의 비석”을 세상에 남기고(문태준). 시집에는 별다른 부의 구분 없이 모두 53편의 시를 실었다. 2006년 초판 발간 당시 편집에는 시인의 은사이기도 했던 문학평론가 신수정, 소설가 윤성희를 비롯한 모교 서울예대의 문우들이 참여했다. 등단 후 문예지에 발표한 시 20여 편과 평소 시집 출간을 염두에 두고 시인 스스로 정리해둔 습작 및 미발표작들을 묶어 선보였다.

빈방, 탄불 꺼진 오스스 추운 방,
나는 여태 안산으로 돌아갈 생각도 않고,
며칠 전 당신이 눈을 감은 아랫목에,
질 나쁜 산소호흡기처럼 엎드려 있어요
내내 함께 있어준 후배는 아침에 서울로 갔어요
당신이 없으니 이제 천장에 닿을 듯한 그 따뜻한
밥 구경도 다 했다, 아쉬워하며 떠난 후배
보내고 오는 길에 주먹질 같은 눈을 맞았어요
불현듯 오래전 당신이 하신 말씀; 기습아,
인제 내 없이도 너 혼자서 산다, 그 말씀,
생각이 나, 그때는 내가 할 수 없었던,
너무도 뒤늦게 새삼스레 이제야
큰 소리로 해보는 대꾸; 그럼요,
할머니, 나 혼자도 살 수 있어요,
살 수 있는데, 저 문틈 사이로 숭숭 들어오는,

눈치 없는
눈발

몇,
--- 「뒤늦은 대꾸」 중에서


■ 기획의 말

그리운 마음일 때 ‘I Miss You’라고 하는 것은 ‘내게서 당신이 빠져 있기(miss) 때문에 나는 충분한 존재가 될 수 없다’는 뜻이라는 게 소설가 쓰시마 유코의 아름다운 해석이다. 현재의 세계에는 틀림없이 결여가 있어서 우리는 언제나 무언가를 그리워한다. 한때 우리를 벅차게 했으나 이제는 읽을 수 없게 된 옛날의 시집을 되살리는 작업 또한 그 그리움의 일이다. 어떤 시집이 빠져 있는 한, 우리의 시는 충분해질 수 없다.

더 나아가 옛 시집을 복간하는 일은 한국 시문학사의 역동성이 드러나는 장을 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하나의 새로운 예술작품이 창조될 때 일어나는 일은 과거에 있었던 모든 예술작품에도 동시에 일어난다는 것이 시인 엘리엇의 오래된 말이다. 과거가 이룩해놓은 질서는 현재의 성취에 영향받아 다시 배치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의 빛에 의지해 어떤 과거를 선택할 것인가. 그렇게 시사(詩史)는 되돌아보며 전진한다.

이 일들을 문학동네는 이미 한 적이 있다. 1996년 11월 황동규, 마종기, 강은교의 청년기 시집들을 복간하며 ‘포에지 2000’ 시리즈가 시작됐다. “생이 덧없고 힘겨울 때 이따금 가슴으로 암송했던 시들, 이미 절판되어 오래된 명성으로만 만날 수 있었던 시들, 동시대를 대표하는 시인들의 젊은 날의 아름다운 연가(戀歌)가 여기 되살아납니다.” 당시로서는 드물고 귀했던 그 일을 우리는 이제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


■ 시인의 말

옥탑에서 겨울을 맞는다.
추억이 되지 못한 기억들을 너무 오래 데리고 살았다.
그것들을 이곳에다 묶어놓는다. 첫 시집,
이 시집을 언제나 곁에 계신 할머니에게 바친다.
미친듯이 기뻐 보이는, 눈이 내리고 있다.

겨울, 옥탑에서
신기섭
예스24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목차

시인의 말



봄눈 / 추억 / 가족사진 / 봄날 / 봄날 2 / 무덤 / 눈물 / 아버지와 어머니 / 울지 않으면 죽는다 / 현기증 / 할아버지가 그린 벽화 속의 풍경들 / 할아버지가 그린 벽화 속의 풍경들 2 / 할아버지가 그린 벽화 속의 풍경들 3 / 고독 / 까막눈 / 극락조화(極樂鳥花) / 그곳이 작아지지 않는다 / 봄비 / 할머니의 새끼 / 읍내 사거리 / 분홍색 흐느낌 / 등대가 있는 곳 / 나무도마 / 엄마들 / 팔인용 방 / 안 잊히는 일 / 만남 / 집착 / 이발소 가는 길 / 늪 / 우리집에서나가주세요 / 명상 / 꿈 / 근황 / 안개 / 뒤늦은 대꾸 / 손님 / 문학소년 / (안녕) / 문경 / 나비 / 꽃상여 / 버려진 스탠드 / 집으로 가는 길 / 그녀의 치마폭 같은 / 치마폭 자취방 / 영향 / 정착 / 밤비 / 원에게 / 즐거운 엄마 / 메뚜기떼가 지나다 / 죄책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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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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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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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분홍색 흐느낌』이 있다. 2005년 겨울 생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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