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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본] 서울 밤의 글쓰기 모임

빨랫감이 많이 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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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_image 작성자 no_profile 니카이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64회 작성일 22-02-28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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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랫감이 많이 쌓여있다. 밤거리를 나다니는 미친 해적들의 밤이다.

나는 소리 소문 없이 해적들을 따라 서울로 왔다.

LG 중저가 라인 냉장고에 잔뜩 들은 싸구려 술들을 몽땅 끄집어내고

(그 안에는 오래된 말리부와 이물질이 침전되어 굳은 오렌지 주스도 포함되어 있다.)

온 몸을 구겨 탄 끝에 나는 해적선을 타고 인천을 지나 서울까지 오를 수 있었다.

제주도에서 물질을 해온 스펙이 나름 먹혔는지 저 해적들은 나를 군말 없이 받아줬다.

다만 아쉬운 점은 나에게 부여된 이름이 땃쥐새끼라는 점이다.

해적들에게는 각각의 별명이 있다.

목이 길고 매일 아침 편도가 부어 고생하는 성철씨는 편도가 길어 슬픈 짐승,

우직한 몸집에 카드 게임을 잘하는 영기씨에게는 강원랜드 코끼리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작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땃쥐새끼라는 보잘 것 없는 별명이 붙은 것이다.

거기에 물질 경력 18년인 나를 무시하듯 더러운 빨랫감을 한아름 안겨주고

지들끼리만 재밌는 해적질을 하러 매일 밤 떠나갔다.

그럼 그동안 나는 때가 잔뜩 낀 빨랫감을 우악스럽게 움켜쥐고

청계천에 가서 공무원의 눈을 피해 비트를 풀어 빨래를 한다.

물가에 비친 내 얼굴을 보니 신세가 처량하다. 

어쩌다 서울에 왔지?

나는 영기씨를 죽이고 강원랜드 코끼리 닉네임을 탈취하기로 마음 먹는다.

그러나 또 다시 물가에 비치는 보름달을 보니 영기씨의 웃는 얼굴이 선하다.

제주에 살 때도 이랬더랬다.

괴롭히는 모든 것들을 해치지도 못하고 말도 하지 못하고

그물망만 마구 찢어놓고 사람들 신발에 따개비를 잔뜩 넣어놓고 왔다.

나는 모든 것이 무덤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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