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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밤의 글쓰기 모임

    편지쓰기 - 돌아갈 곳

    작성일 21-12-13 21:25

    페이지 정보

    작성자 지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조회 1,845회 댓글 1건

    본문

    우리는 돌아가셨다 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삶을 마치면 돌아갈 곳이 있는 것 처럼요.

    생각해보건데, 삶의 끝에서 가는 어딘가를 

    돌아갈 곳이라고 부르는 것은

    힘들었던 삶을 마치고 쉴 수 있는 

    마지막 목적지라는 느낌을 줍니다.

    돌아갈 곳이란 저에겐 그런 의미입니다.


    그래서 당신은 나에게 돌아갈 장소입니다.

    나는 매일 당신과 떨어질 때면 새롭게 태어났다가

    당신에게 돌아가 짧은 생을 마감합니다

    내가 태어난 오늘 하루는 초라한 내가 이겨내기에는

    너무도 생경하고 가혹한 시간입니다.

    그러나 나는 돌아갈 곳이 있기에 일초, 일초

    하루의 끝으로 노화되어 감이 두렵지 않고

    끝끝내 당신에게 돌아오게 되면

    비로소 안락한 죽음을 맞게 되는 것이지요.


    어쩌면 우리는 無를 벗어나 有의 세계로 나온 순간부터

    돌아갈 곳을 영영 잃어버리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無로부터 추방된 우리의 여정은 결코 멈출 수 없는

    과로한 걸음이기에 우리의 삶은 금새 열기로 가득 찹니다.


    나는 작열하는 삶의 열기에 몸이 익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해를 피해 그늘 속으로 뛰어드는 양 당신을 찾았습니다.

    잠시나마 겪을 수 있는 그 냉각은 어쩌면 흉내낸 죽음입니다.

    해가 진 캄캄한 밤이며, 새벽 별이 빛나는 서늘한 우주입니다.


    나의 밤, 나의 우주, 나의 돌아가실 곳.

    위와 같은 이유로 나는 당신에게 돌아가려 함.




    추천2

    댓글목록

    이도더나블라님의 댓글

    profile_image no_profile 이도더나블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나의 물론에 당신의 돌아감을 던지세요.

    수면 아래 몇개인가의 돌맹이가 잠들었듯
    우리의 생이 저무는 장소는 딱히 안성맞춤이 아닐지도 모르죠.

    무릇 인생이란 돌고 도는 것이지요.
    꽃은 윤회의 고리로 저물 것이며,
    우리 역시 머나먼 땅에서 홀연히 잠들 것입니다.

    허나 그대, 부디 두려워는 마요.
    긴 하루가 잠드는 막차에서
    당신과 함께 헤매일 터이니.

    밤새도록 죽음에 취해도 삶은 밝아옵니다.
    각박한 만다라의 일몰에서 웃으시옵소서.
    변변찮은 잡동사니를 쌓아올리고 그 위에서 웃으시옵소서.
    그 곁에 언제나 내가 있겠나이다.

    오늘 밤은 달이 밝군요.
    그대의 베개 맡에서 올리외다.

    평생토록, 사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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