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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밤의 글쓰기 모임

지난주 글쓰기모임 (3줄 글쓰기, 문장넣기, 앞뒤문장붙이기, 시간제한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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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_image 작성자 지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09회 작성일 23-04-17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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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 글쓰기


이 봄이 빨리 끝나버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는 볼품 없는 지난 겨울도 속절없이 놓쳐버렸다.

해마다 매번 봄은 지루하게 늘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문장 넣기

"누군가 도청을 하고 있는것이 분명하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수화기 너머의 그녀가 나에게 갑자기 친절해진 것이다.

그녀와 함께한 3년의 시간이 부정당하는 느낌이었다.

인간이 말을 타고 호랑이를 사냥할 때,

말은 본디 호랑이를 무서워하지만

등 위의 인간을 믿고 호랑이에게 달려든다고 한다.

그러니까, 말이 갑자기 호랑이를 무서워하지 않으면

그 위에 나를 죽일 인간이 있음을 예상해야 한다.

누군가 도청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죄송하지만 저는 호랑이처럼 바보는 아닙니다,

잘 지내십시오 형사님.

찰칵.



앞 뒤 문장 붙이기

"셔츠를 벗는 것도 잊은 채 소파에 드러누웠다 - 가방 속에 우산은 그대로였다"


셔츠를 벗는 것도 잊은 채 소파에 드러누웠다.

더 이상 옷을 벗고 누우라고 잔소리할 사람도 없으니까.

인간은 간섭받지 않을 때 아주 자유롭지만

동시에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듯한 외로움을 느낀다.

허공에 손을 휘저어본다.

공기가 나의 손바닥을 만지고, 

나는 적어도 입자의 흐름에 간섭할 수 있게된다.

세상에 존재한다는 건 그런 것이다.

아주 많은 것들과의 상호작용.

그 상호작용은 예를 들면 이런식으로 시작된다.

비가 오는 날, 우산이 없어 처마 밖을 가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내 가방속의 우산을 건내어주기.

게다가 우산이란 것은 떨어져내리는

무수한 물방울의 진로를 바꿀 수 있는

아주 거대한 상호작용 아니던가.

나는 타인에게 우산을 영원히 맡겨둘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가방 속에 우산은 그대로였다.



시간제한 글쓰기 / (주제단어)


30초 글쓰기 / (끝)

끝내 아무 것도 마주치지 못하고

나의 기나긴 여정은 끝이 나고 말았다.

뒤를 돌아보면 거친 발자국 뿐이었다.


20초 글쓰기 / (초록빛)

초록빛만큼 잔인한 색도 없다.

모두가 봄일 때 나는 겨울이니까.


10초 글쓰기 / (스피커)

스피커에서 나온 소리 - 이제 죽을 때다!


5초 글쓰기 / (커튼봉)

커튼봉에 매달린 시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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