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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밤의 글쓰기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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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_image 작성자 Y 이름으로 검색 댓글 0건 조회 624회 작성일 22-01-18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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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가 피어오른다.

언제였던가 낡아빠진 신오쿠보의 사층짜리 건물의 난간 위에서 너가 뱉어낸 문장의 형태와 그 희뿌연 연기를 나는 아직 기억한다. 나는 겨울에 피는 담배가 내 한숨같아서 좋아. 라고 너는 말했었다. 촌스럽다고 손사레 치며 웃던 내게 물려주던 달짝한 향의 이름모를 얇은 담배도, 혀끝에 닿던 조금은 떫은 그 맛조차 어제의 일처럼 아니 어쩌면 아주 먼 옛날의 일처럼 무분별하게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기억은 간사해서 나는 아주 소박하고 쓸모없지만 행복한 일들만을 단편적으로 남겨 두었다. 겨울의 기억. 끔찍하고 즐거웠던 그 코리안 타운. 열아홉의 생일을 간신히 넘기고 입에 물려주었던 처음의 그 연기들. 그때의 너와 내가 나누었던 아무래도 좋을 얘기들. 그때의 나는 웃고 있었을까. 그리고 지금의 너는 웃고 있을까.


올해의 첫눈은 유독 늦게 찾아왔다. 코끝이 찢겨지는 듯한 칼바람을 등지고 나는 다시끔 난간에 올라서 불을 붙인다. 숨과 함께 들이 마셨던 연기가 너의 말처럼 꼭 한숨과도 같이 흐트러진다. 이걸 말하고 싶었구나라고 나는 이제서야 너의 말에 동조한다.


두어모금 한숨을 내뱉고 난간 아래로 담배를 떨어트렸다. 소복하게 쌓여가는 눈밭사이로 불씨는 금방 꺼지고 말았다. 나는 자조적으로 웃으며 난간아래를 내려다 봤다.


애초에 이곳엔 아무것도 없었다는 듯 눈들은 가차없이 쌓여가고 있다. 잔인하리만큼 새하얗게 조금은 역겨울 정도로.


그래, 모든 것은 눈 속에 묻혀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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