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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외출은 오후 4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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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_image 작성자 no_profile 준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52회 작성일 21-12-06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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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계절을 잘 모른다. 어릴적이나 지금이나 엄마에게 ‘몇 월부터 겨울인지’ ‘몇 월부터 여름인지’를 묻곤 한다. 그런데 이번 겨울은 꽤 또렷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유난히 천천히 온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외투를 걸칠지 말지 고민하는 사이에 날씨가 나에게 은근슬쩍 따뜻하게 입으라고, 좀 가볍게 입어도 좋다고 말거는 탓일지도 모르겠다. 

 하얀 두루마리 휴지에 물이 스며드는 모양새로 천천히 추워지는 12월 첫째주 주말, 집에서 밍기적 거리다가 집 밖으로 나가고자 마음을 먹었다면 4시에 나가는 것이 좋겠다. 

  내년의 내가 외출을 결심할 일이 있다면 너가 4시에 나갔으면 좋겠다. 그렇게 혼자 내년의 나를 생각하다가 당최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어 무감각하다. 하지만 문득 내년의 나도 겨울을 사랑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꽤 확실한 이유가 있다. 나는 오랫동안 하늘을 좋아했는데. 겨울 하늘은 보통 예쁘다. 구름이 껴도 은근하게 껴있곤 하고 그렇지 않다면 아무 것도 없이 깨끗하기 일쑤다. 내년의 나도 겨울을 좋아할 것이다. 그런 생각을 이리저리 굴리다보니 내년의 나는 계절을 더 이상 엄마한테 물어보지 않을 지도 궁금하다. 내년 정도 되면 몇 월이 무슨 계절인지는 단호하게 대답해줄 수 있는 어른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2021년의 겨울은 천천히 왔지만 한 해는 이상하리만큼 빠르고 압축적으로, 단단하게 지나갔다. 동시에 나도 단단해졌음을 느낀다. 무뎌진건지 늙은건지 성숙한건지 알다가도 모르겠으나 어느 쪽으로든간에 변화했다. 25살은 엄청 아프면서도 엄청 달콤했던 것 같다. 별 것도 아닌 거에 으스대기도 하고, 별 것도 아닌 일에 쭈굴대기도 했다. 

 나쁘지 않닸다고 쓰려다가, 좋았다고 다시 쓴다. 내년도 이랬으면 좋겠다고 내심 생각한다. 내년에는 계절을 잘 아는 어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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