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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da 이름으로 검색 댓글 2건 조회 3,153회 작성일 22-01-17 23:06본문
연기가 피어오른다. 불규칙하게 좌우로 진동하는 배기통을 수영은 한참이나 들여다보았다. 달뜬 말을 뱉어도 바람 한 번에 이지러지는 모습이 마치 동생의 숨처럼 우스웠다. 전례 없는 폭설에 발이 묶이고 기이 네 달이 흘렀다. 지겨운 것이 문제였다. 수영은 끝나지 않는 겨울이 지겨웠고, ‘소복이 쌓인 눈’이나 ‘호들갑’. ‘눈사람’ 따위의 단어에 멀미가 났다. 엄마, 엄마 하다가 누나, 누나 하다가. 이제는 아파, 아파하는 목소리가 가늘게 귓전을 맴돌았다. 수영은 제 다리를 끌어모은 채 동생을 쳐다보았다.
“…… 누나도 아파.”
“누나도 아프다니까.”
동생은 멀건 눈과 입을 벌린 채 천장만을 응시했다. 수영이 신경질적으로 일어섰다.
하늘은 여전히 뿌옇게 밝다. 천장과 바닥은 구분 없는 흰색이었다. 시간을 가늠하기 어려웠지만 대략 오전을 넘어선 듯했다. 수영은 제 몸에 반절이나 되는 것을 끌어안고 한참 걸었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운동화 속으로 눈이 넘쳐들었다. 수영은 눈을 파헤친 구덩이에 들고 있던 것을 소중히 넣었다. 그것을 묻고 돌아선 세상은 티 없이 맑았다. 수영의 발자국조차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돌아가는 법을 잃은 채 계속 걸었다. 수영이 화면에서 사라질 때, 모든 것은 눈 속에 묻혀 사라질 것이다.
댓글목록
지지님의 댓글
지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언뜻 내비치기만 하는데 상황이 그려지는 문장의 맛이 넘좋다
신생님의 댓글
신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흐아앙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