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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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낙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댓글 2건 조회 2,856회 작성일 22-01-17 23:04본문
"연기가 피어오른다.”
보통은 아버지 손에서 시작됐다.
시큼한 냄새도, 외면했던 퀴퀴한 향도.
늦은 밤에 몰래 들어오셨던 당신의 자취는 항상 그 날이 지나지 않아 엄마한테 쓴소리를 들었다.
연기는 피어오른다.
시장에 가신날이면 백이면 백 훗날을 준비하셨다.
이제는 넷에서 셋으로 줄어든 신발이, 넷에서 셋으로 줄어든 밥숟갈이.
항상 준비 되어있던 고봉밥은 어느새 깃발 높이솟은 모래성이 되어있다.
프라이 기름진 향은 터뜨리지 않았던 노른자에 흥건이 남아 노릇한 밥알을 남긴다.
이제는 피어오른다.
왜 내 이름 지어주셨냐며, 왜 이제야 사랑한다 하셨냐며…… 왜 이제야 불러주셨냐며……
힐긋 되뇌는 어제는 오늘이 되고 무던한 오늘은 내일이
된다.
같이 덮었던 진돌이의 언덕은 이제 아버지의 영정사진 앞에 한숨의 연기가 되어 흩어진다.
같이 딛었던 봉은사옆 발자국은, 버스를 기다리며 만들었던 하트 자욱은. 그렇게. 그다지. 그토록. 그만큼.
"모든 것은 눈 속에 묻혀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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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지지님의 댓글
지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아니 진짜 다들 미래를 보고 준비해왔나 즉석 주제인데 왤케 다좋아?? 진돌이 언덕 부분을 넣어둔데서 감탄
오균님의 댓글
오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진짜 글 미쳐따 너무 좋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