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속에 파묻혀 사라질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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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찬 이름으로 검색 댓글 2건 조회 3,864회 작성일 22-01-17 22:14본문
연기가 피어오른다.
눈이 장대비처럼 내리는 날, 청파동의 좁디 좁은 한 골목에서
여러 남녀가 둘러쌓여 성냥에 불을 붙인다.
꺄르르꺄르르 하는 웃음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피우는 담배.
나는 그 광경을 조금 멀찍이 떨어져 바라보고 있었다.
불이라는 것은 참 많은 것을 떠오르게 한다.
정열적인 청춘의 한 장면, 뜨거운 사랑, 맛있는 요리들까지.
하지만 역시 마지막에 떠오르는 건 담배의 피폐한 연기이다.
그들은 어떻게 그리 즐거운 듯이 이 연기를 들이마시고 있을까?
나에겐 피폐한 이 연기가 누군가에겐 산타가 찾아오는 굴뚝의 연기일까?
정말 그렇다면 1m도 되지 않는 이 거리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에겐 이 흑백 풍경 속의 조그마한 담뱃불마저 선명히 보이는 것일까?
사무치게 외로워져 더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 때쯤 그들은 담배를 눈에 떨어뜨려 발로 짓뭉개 끄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하나 둘 흩어지니,
나는 그 광경에 그나마 위안을 얻고 떠나간다.
결국 모든 것은 눈 속에 파묻혀 사라질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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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지지님의 댓글
지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마지막 마무리가 넘좋군요
신생님의 댓글
신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담배에서 시작해서 사람들에서 느끼는 감정과 생각에 대한 이야기가 마지막 제시 문장이랑 너무 깔끔하게 어울려서
마지막 문장의 염세적인 분위기가 더 사는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