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누군가가 나를 사랑하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랑을 한다.
타인의 사랑을 끊임없이 시험에 들게 한다.
가장 자유로울 것 같던 연인의 품 안에서 사랑을 재단할 틀을 짜게 된다.
사랑할 만한 것과 사랑받을 만한 것, 사랑하면 할 법한 것들과 그 반대를 정한다.
그 안에는 깊은 자기 혐오가 깔려 있다.
동물들은 자신을 싫어하지 않는다. 자신을 잘 먹이고 재운다.
사람은 왜 인지 자신을 미워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을까?
언어가 규정 지은 형태가 본질을 따라 잡을 수 없어서 인지 모른다.
어제의 나와, 1시간 전의 나와, 1분 전의 나와, 1초 전의 나는 현재의 '나'가 된다.
시간의 축에 갇힌 나는 변화하는 나를 조화시키지도 분리해 내지도 못한다.
이미 지난 나일지라도 나의 잔재는 나의 모순이 된다.
'나'라는 단어는 집이 되어버렸고 내가 누구든 그 집은 채워져야만 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우리는 이 집을 부수기 위해 우리가 지은 언어도단을 이기기 위해
나를 미워할 능력을 얻었는 지 모른다.
나를 사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누군가가 나를 사랑하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랑을 한다.
-2018.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