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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속에 파묻혀 사라질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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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_image 작성자 정찬 이름으로 검색 댓글 2건 조회 2,470회 작성일 22-01-17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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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가 피어오른다.
눈이 장대비처럼 내리는 날, 청파동의 좁디 좁은 한 골목에서
여러 남녀가 둘러쌓여 성냥에 불을 붙인다.
꺄르르꺄르르 하는 웃음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피우는 담배.
나는 그 광경을 조금 멀찍이 떨어져 바라보고 있었다.

불이라는 것은 참 많은 것을 떠오르게 한다.
정열적인 청춘의 한 장면, 뜨거운 사랑, 맛있는 요리들까지.
하지만 역시 마지막에 떠오르는 건 담배의 피폐한 연기이다.

그들은 어떻게 그리 즐거운 듯이 이 연기를 들이마시고 있을까?
나에겐 피폐한 이 연기가 누군가에겐 산타가 찾아오는 굴뚝의 연기일까?
정말 그렇다면 1m도 되지 않는 이 거리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에겐 이 흑백 풍경 속의 조그마한 담뱃불마저 선명히 보이는 것일까?
사무치게 외로워져 더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 때쯤 그들은 담배를 눈에 떨어뜨려 발로 짓뭉개 끄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하나 둘 흩어지니,
나는 그 광경에 그나마 위안을 얻고 떠나간다.

결국 모든 것은 눈 속에 파묻혀 사라질 것이니.

추천3

댓글목록

신생님의 댓글

profile_image no_profile 신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담배에서 시작해서 사람들에서 느끼는 감정과 생각에 대한 이야기가 마지막 제시 문장이랑 너무 깔끔하게 어울려서
마지막 문장의 염세적인 분위기가 더 사는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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