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작성일 22-02-13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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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고새 이름으로 검색 조회 928회 댓글 0건본문
거울을 하루에 15분씩 보는 습관이 있는 사나이가 있었다. 거울에 가까이 다가가면 그 남자도 똑같은 속도로 다가오고 멀어지면 똑같이멀어지고 사나이가 눈을 깜빡일 때 그도 같이 깜빡였다. 서로의 눈을 피하는 일이 없었다.
아침에 보기도 했고 바쁜 날에는 걷다가, 때로는 침대에 누워서 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날 거울 속의 남자와 수화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그 와중에도 눈을 피할 수는 없었지만.
둘만의 단어도 만들어졌다.
한 손을 머리 위로 빙빙 돌리면 모자라는 뜻이었고, 윙크를 하며 두 손을 뒤로 숨기면 딸기라는 뜻이었다.
이제 그들은 대체불가능한 관계로 발전했다. 서로가 필요했다.
10년 뒤 손바닥과 손등, 배와 등, 책 표지가 투명해진 날 그들은 만나 악수할 수 있었고 그들의 세상에 거울은 사라졌다. 손등으로 맞잡은 두 손은 섞이다 하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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