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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파동삼거리의 악마

    작성일 22-11-08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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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지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조회 96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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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마는 인간이 원하는 것을 주고 인간의 소중한 것을 빼앗아간다고 한다. 그러나 서울의 어느곳 삼거리의 악마는 원하는 것을 얻으려고 소중한 것을 인간에게 준 일이 있다.


    악마의 존재란 욕망, 욕망이란 곧 결핍이라, 우리는 결핍을 곧 악마라고 부르는지도 모른다. 햇빛이 비추는 가운데 빛이 없는 빈 공간을 그림자라고 부르는 것 처럼, 찬란한 청춘의 한가운데 미처 가져오지 못한 기억을 미련이라 부르는 것 처럼, 결핍은 그 허무한 공간의 형체를 단단히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저 그때그때 이름이 달라졌을 뿐.


    그곳 삼거리에서 악마와 인간 사이에 어떤 거래가 이뤄졌는지는 알 수 없으며 그저 결과만으로 추측할 뿐이다.


    악마는 사거리가 되지 못한 삼거리의 마지막 출구를 갖고싶었을테다. 인간은 전속력으로 달려 좌회전이나 우회전도 하지 않고 삼거리의 막다른 곳을 뚫고 나갔다. 물론 그의 비루한 오토바이와 몸뚱이는 두고가야 했지만, 그의 존재는 성공적으로 네번째 출구를 지나 청파동 삼거리를 빠져나갔다.


    악마가 그 댓가로 그에게 무엇을 주었는지는 알 수 없다. 아마도 무언가 보통의 인간은 필요로 하지 않는, 보통의 인간은 원해본 적도 없고 보통은 가져본 적도 없는 그런 것일테다. 악마에게 소중한 것이란 그런 것들이니까.


    삼거리에 있던건 악마였을지도, 그림자였을지도, 미련이었을지도, 허무였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인간은 결핍을 얻고 결핍은 인간을 얻는 것. 내가 아는 한 그것이 삼거리의 악마의 전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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