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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밤의 글쓰기 모임

    작성일 22-01-17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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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Ada 이름으로 검색 조회 2,158회 댓글 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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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기가 피어오른다. 불규칙하게 좌우로 진동하는 배기통을 수영은 한참이나 들여다보았다. 달뜬 말을 뱉어도 바람 한 번에 이지러지는 모습이 마치 동생의 숨처럼 우스웠다. 전례 없는 폭설에 발이 묶이고 기이 네 달이 흘렀다. 지겨운 것이 문제였다. 수영은 끝나지 않는 겨울이 지겨웠고, ‘소복이 쌓인 눈이나 호들갑’. ‘눈사람따위의 단어에 멀미가 났다. 엄마, 엄마 하다가 누나, 누나 하다가. 이제는 아파, 아파하는 목소리가 가늘게 귓전을 맴돌았다. 수영은 제 다리를 끌어모은 채 동생을 쳐다보았다. 

      “…… 누나도 아파.”
      “누나도 아프다니까.” 

    동생은 멀건 눈과 입을 벌린 채 천장만을 응시했다. 수영이 신경질적으로 일어섰다.

      하늘은 여전히 뿌옇게 밝다. 천장과 바닥은 구분 없는 흰색이었다. 시간을 가늠하기 어려웠지만 대략 오전을 넘어선 듯했다. 수영은 제 몸에 반절이나 되는 것을 끌어안고 한참 걸었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운동화 속으로 눈이 넘쳐들었다. 수영은 눈을 파헤친 구덩이에 들고 있던 것을 소중히 넣었다. 그것을 묻고 돌아선 세상은 티 없이 맑았다. 수영의 발자국조차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돌아가는 법을 잃은 채 계속 걸었다. 수영이 화면에서 사라질 때, 모든 것은 눈 속에 묻혀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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