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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 도재명 - 토성의 영향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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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_image 작성자 no_profile 준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375회 작성일 20-06-11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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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재명 - 토성의 영향 아래



우리가 그린 건 폐곡선이 아니었다
그 해 여름 하수구로 흘러 들어 간 어떤 외로움
 오늘 아침 그것으로 몸을 닦았다
  
기억들을 쏟아내기 위함이었으리라
어젯밤의 구토는 미처 소화시키지 못한
  밤사이 차갑게 식어버린 토사물에서
 지난날 술잔 속에 익사시킨 질문들과
 
그 시절 우리에겐 폐란 것이 있었다
농담처럼 굴리던 다면체의 시간들을 본다
   너의 푸른 호흡 그 리듬에 맞추어 우리는 춤을 추었다
  쓸쓸한 바닥 위로 몸이 미끄러진다
 
거기 누구 있나요
온몸으로 느끼는 너의 부재
 밖으로 나오긴 전 옷장 속에 고이 걸어두었던
 먼지 쌓인 너의 몸짓을 입는다
   내 목소리가 들리나요
 알레고리의 숲 꿈의 미로
 
"Il me semble que je serais toujours bien là où je ne suis pas”
우린 어디에 있나요
  
네가 떠난 오후의 바운더리에서 그림자는 야위어 갔다
  이 말을 남긴 채 그림자는 희망월의 마지막 밤
 어둠 속에 분신했다
  
그 흔적들을 바라본다
곰팡이가 피어버린 너의 여백
 누군가는 청춘이라 부르던 그 종이 위에서
부조리의 골목 그리고 수백 번의 구타
나는 얼마나 서럽게 울었던가
  
  침묵으로 생긴 상처가 가장 깊다
  모든 게 꿈이었나 싶다
 
흐르는 것들로부터 벗어나 존재와 부재를 바라보는 것
 
두꺼운 껍질 속에서 잠이 든다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다
  가지런히 끌어 모은 두 무릎에 얼굴을 묻는다
 그리움의 모서리에서 가느다란 실을 뽑아 몸을 두른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느린 꿈을 꾼다
  조심스레 너의 안부를 묻는다
 
거기 누구 있나요
여기 토성의 영향 아래
   내 목소리가 들리나요
 
우린 어디에 있나요
알레고리의 숲 꿈의 미로
 






사람이 먹는 음식들이 다 고만고만 하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있나? 아침은 대충 굶거나 떼우고 점심으로는 돈까스, 순두부찌개, 김치찌개 혹은 비빔밥 혹은 볶음밥 저녁으로는 짜장면, 삼겹살, 감바스, 떡볶이, 치킨, 피자...... 
먹는 것만 생각해 보았을 뿐인데 사람 사는게 다 너무 고만고만해서 신물이 난 적이 있었다. 다들 쳇바퀴 돌리면서 사는거 너무 지루해보이는데 나는 돌릴 쳇바퀴도 엉망 진창이라면서 내 자신에게마저 신물이 나던 시기가 있었다. 그렇게 한창 암울한 생각이 둥둥 내 머릿속을 휘젓고 다닐 때 이 뮤직비디오를 지하철에서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정말 뒤통수 빡 때리더라. 노래의 가사가 좋기도 좋았고 영상도 훌륭했지만 그걸 떠나서 이 결과물이 나에게 준 어떤 감동이 있었다.

영상을 처음 봤을 당시에 나는 만원 지하철 안이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난 간신히 자리를 비좁고 앉았었다. 내 양 옆엔는 나와 은근한 기 싸움을 하며 다리를 쩍 벌리고 앉은 성인 남성 둘이 있었다. 참 어이 없는 그 자리에서 나는 혼자 감동의 도가니에 빠져있었다. (나는 정말 감동을 쉽게 하는 것 같다) 그 감동은 점점 커져 나중엔 어떤 득도의 경지에 이르렀는데  내용은 이렇다.

쳇바퀴라고 생각하면 쳇바퀴처럼 사는 인생이 되는거고 
미로라고 생각하면 미로처럼 사는 인생이 되는거고
지옥이라고 생각하면 지옥처럼 사는 인생이 되는거다.
누군가는 같은 하루를 살아내도 이렇게 멋진 작품을 만들어내고 
문장과 노래로 이렇게 설명해 내는 것을
나는 무얼 보고 무슨 생각을 하길래 이런 생각 하나라도 해보지 못한 것인가

뮤직비디오 하나 보고 좀 확 깼었다. 근데 나는 그랬고 보는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니까 감상은 다르겠다. 영상을 잘찍었네 노래를 잘부르네 다 필요 없고 그냥 서울 만원 지하철 안에서 내 뒤통수를 때려준 몇 안되는 좋은 작품인건 확실하다.
나 말고 다른 이들의 뒤통수도 얼얼하게 만들어 줬으면 해서 갑자기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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