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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편소설] 김금희 - 조중균의 세계 (5)

    작성일 20-05-26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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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지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조회 1,70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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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금희 소설 (5)



    3.



     원래 사흘로 잡혀 있던 조중균 씨의 작업 기간은 일주일로, 다시 열흘로 늘어났다. 스트레스로 얼굴 전체가 붓는 느낌이었다. 풍선이나 애드벌룬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 이러다 뻥, 하고 터지면 어쩌나 초조했다. 노 교수는 책이 제때 나올 수 있겠느냐고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를 해왔다. 그런 불안은 시도 때도 없이 노 교수의 일상을 뒤흔드는지 아침을 먹다가, 한의원에서 침을 맞다가, 취미인 국궁을 하러 갔다가, 심하게는 등산을 하러 갔다가도 전화를 걸어왔다. 안 그래도 귀가 어두워 통화가 어려웠는데 북한산 어딘가에서 거는 전화는 자꾸 끊겼다. 교정이 늦어져서요, 하면 교정 볼 게 뭐가 있느냐, 니들이 한국사에 대해 뭘 아느냐, 건방 떨지 말고 인쇄기나 돌려라, 하는 불호령이 떨어졌다.


     하지만 조중균 씨는 말을 듣지 않았다. 책상 주변에는 어디선가 구해온 논문집들과 역사 용어 사전, 한국민속대백과사전, 조선실록해제, 일어 사전 들이 쌓여만 갔다. 조중균 씨가 잡아낸 오류들을 보면 잡아내야 할 만하기도 했다. 그러니 일이 늦어진다고 마냥 화를 내기에도 애매했다. 조중균 씨는 매일 야근했다. 하루에 겨우 예닐곱 장의 교정지가 넘어올 뿐이라서 정작 나는 정시에 퇴근했다. 내일 봐요, 하고 내가 사무실을 나가면 조중균 씨는 일어나 자기 자리만 남기고 사무실 형광등을 모두 껐다. 그리고 그런 사무실의 어둠을 아주 따뜻한 담요처럼 덮고 원고의 세계로 빠져 들어갔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66555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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