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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김금희 - 조중균의 세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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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_image 작성자 지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841회 작성일 20-05-26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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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작가상 3회 연속 수상이라는 기록을 가진 소설가 김금희. 그의 단편소설 '조중균의 세계'는 제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조중균의 세계'는 총 10부에 걸쳐 한겨례에 연재 되었던 소설로, 지금도 한겨례 홈페이지에 가면 무료로 읽어볼 수 있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재밌는 연결점이 있으므로 서울파이러츠 문학게시판을 통해 10편 전편을 소개해본다.


이 사이트(서울파이러츠)의 이용객이라면 응당 알만한 청파동의 작은 바, '지나간세계'의 이름이 바로 이 소설로부터 모티브를 삼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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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 소설 (1) / 총 10편



1.



 조중균(趙衆均) 씨가 점심을 먹지 않는다는 사실을, 나는 한 달이나 지나서 알았다. 내가 무딘 탓도 있겠지만 구내식당 테이블이 6인용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어차피 다 못 앉으니까 여기 없으면 다른 자리에 있겠지 생각했던 것이다. 해란 씨는 조중균 씨가 오늘만 점심을 안 먹은 것도 아니고 그것만 이상한 것 도 아니라고 했다.


“언니, 모르시겠어요?”


 얘는 말할 게 있으면 핵심만 전달하지 뭘 이렇게 떠보듯이 물어? 한 달 전 신입으로 함께 입사한 해란 씨는 그 나이치고는 신중하고 성실했지만 살가운 동생 느낌은 확실히 없었다. 하기는 안 그래도 해란 씨와 난 가까이하기에 좀 뭣한 관계였다. 석연찮은 경쟁을 벌여야 하는 사이였으니까. 입사해서 파악해보니 회사에서는 일단 수습을 거친 다음 해란 씨와 나 중에서 선택할 생각인 것 같았다. 구인 광고란의 0명은 최소수인 한 명이었던 것이다. 대학원도 다녔고 성인 단행본은 아니지만 아동서 편집을 맡은 적이 있으니까 일단은 내가 유리했다. 하지만 해란 씨도 만만치는 않았다. 뭐랄까, 반짝반짝했다. 며칠 전 퇴근길에서 부장은 해란 씨 아르바이트 경력이 장난이 아니라고 말했다.


 “나도 학교 다니면서 별일 다 했지만 해란 씨는 정말 고난의 행군이더라고. 요즘 애들 하듯이 어디 인턴, 어디 인턴, 공모전 이런 식으로 채운 것도 아니야. 노동, 말 그대로 노동 현장에서 뛰었다 이 말이야. 그러니까 우리 영주 씨는 말 그대로 버젓한 경력, 응? 정식 회사에서 일한 경력으로 이 자리에 왔고 말하자면 팩에 든 고기지. 원래 생산할 때부터 정식 팩에 든 고기. 해란 씨는 주먹고기 같은 거라고 할 수 있어. 목살 근처 아무 살이나 주먹구구식으로다가 막 썰다 보니까 어, 제법 이게 어엿한 상품이 돼 있는 거 말이야. 주먹고기, 내가 비유가 이렇게 좋아. 주먹고기 좋아하나?”


 고기에 비유되는 걸 좋아할 사람은 없지만 주먹고기는 좋아한다고 대답했다.


 “신촌 기찻길에 주먹고기 잘하는 데 있으니까 기다리라고. 언제 회식을 하긴 할 거야. 수습 끝나면 본부장이 한번 살 거야.” “네…… 해란 씨 성실한 게 알바 많이 해서 그렇군요. 그 나이답지 않게 속 깊고 눈치도 빤하고.” 내가 말하자 부장은 그게 다 고생해서 그렇지, 했다. “고생한 사람은 그렇게 딱 티가 나. 근데 재발라도 고생해서 재바른 건 매력 없어. 사람을 불편하게 하거든.”


 해란 씨는 조중균 씨 이야기가 나오자 쉴 틈 없이 말을 쏟아냈다. 요약하자면 회사에선 왜 ‘그분’을 없는 사람 취급하느냐는 것이었다. 특히 조중균 씨 나이가 마흔이 훌쩍 넘는데 직원들이 ‘조중균 씨’라고 부르는 게 정말 이상하다고 했다. 조중균 씨 나이가 그렇게 많았나. 30대 중반 됐을까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아무래도 직급이 없어서 그렇겠지.”


“직급 없으면 스무 살이나 많은 사람을 그렇게 불러도 되는 건가요? 선배라고 해도 되고 선생도 있잖아요.”


“선생은 아니지. 선배도 애매하다, 나이 따라 선후배 정하면 김 대리, 서 대리도 조중균 씨한테 선배라고 해야 해. 그런데 직급상 상사 아냐? 해란 씨가 조직을 몰라서 그래. 그렇게 하면 안 돼. 회사는 그런 거야.”


 해란 씨는 뭐라고 더 말하려다 삼키고 “언니, 그분은 사무실에서 마치 유령, 유령처럼 보여요”라고만 덧붙였다. 조중균 씨는 교정 교열만 담당하는 직원이었다. 단행본 팀이지만 상황에 따라 잡지나 교과서 팀 업무도 맡았고 웹상에 올라가는 광고 문안이나 자료들의 감수도 맡았다. 그래도 그렇게 나이가 많은데 갓 스무 살 된 디자이너들까지 조중균 씨, 조중균 씨, 하는 건 해란 씨 말처럼 좀 어색했다. 하다못해 주유소를 가도 선생님, 사장님, 하는 판국에 그렇게 호칭에 인색해서야. 이런 경우는 대부분 윗사람들이 중재를 안 한 경우였다. 일단 정해지면 다들 지킨다. 왜냐면 그렇게 부르고 싶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는 게 더 귀찮은 일이니까.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66476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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