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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난 전화를 걸려고 온 것뿐이에요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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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_image 작성자 no_profile 백인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0회 작성일 22-06-16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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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촉촉이 내리던 어느 날 오후, 마리아 델 라 루스는 렌터카를 운전하면서 바르셀로나로 오고 있었다. 바로 그 때 모네그로스 사막 지역에서 자동차가 고장났다. 그녀는 아리땁고 말이 없는 27세 멕시코 여자였으며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여러 흥행물의 여배우로써 조금은 이름을 날리던 사람이었다. 그녀는 사교장에서 일하는 마법사와 결혼을 했다. 그날 그녀는 사라고사에 있는 몇몇 친척을 방문한 후 남편을 만나려고 가던 중이었다. 폭풍 속을 빠르게 질주하는 화물차와 승용차들에게 한 시간 동안이나 초조하게 신호를 보내던 끝에 털털거리는 버스 운전사가 그녀를 불쌍히 여겨 차를 세웠다. 운전사는 그녀에게 그리 멀리 가지는 않는다고 가르쳐주었다. 그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상관없어요. 내가 필요한 것은 전화뿐이에요」라고 마리아가 말했다.


그건 그랬다. 그녀는 저녁 7시 전에는 도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남편에게 미리 가르쳐 주기만 하는 되는 것이었다. 학생 외투를 걸치고 사월의 해변가에서나 신는 신발을 신고 있던 그녀의 모습은 마치 비에 젖은 생쥐 같았다. 그리고 그녀는 차 고장이라는 불상사에 너무나 당황한 나머지 자동차 열쇠를 잊은 채 놔두고 온 것이었다. 운전사 옆에 타고 가던 한 여자가 수건과 담요를 마리아에게 주고 자기 옆에 앉으라고 했다. 그녀는 군인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태도는 달콤하고 부드러웠다. 대충 물기를 닦은 다음 마리아는 자리에 앉아 담요로 몸을 둘둘 말았다. 그리고는 담배에 불을 붙이려고 했다. 하지만 성냥은 빗물에 젖어있었다. 옆 좌석에 앉은 여자가 불을 빌려주고는 몇 개 남아있지 않던 마른 담배 하나를 달라고 했다. 그들이 함께 담배를 피고 있는 동안 마리아는 초조했던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했다. 그래서 그녀의 목소리는 빗소리와 버스의 털털거리는 소리보다도 더 크게 울려 퍼졌다. 옆에 있던 여자가 둘째손가락을 입술에 갖다 대면서 마리아의 말을 막았다.


「모두가 자고 있어요」라고 속삭였다.


마리아는 어깨 너머로 승객들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나이가 천차만별이고 모양새도 각각 다른 여자들이 버스에 탄 채 자기가 두른 담요와 똑같은 담요를 두른 채 잠을 자고 있음을 알았다. 그런 버스 안의 고요함에 전염되어 마리아는 의자에 몸을 웅크리고 빗소리에 몸을 내던지고는 잠을 자기 시작했다. 그녀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밤이었다. 소나기는 차가운 밤이슬로 변해 있었다. 그녀는 자기가 몇 시간동안이나 잠을 잤는지, 그리고 자기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 때 옆 좌석에 앉아 있던 여자가 갑자기 긴장하는 태도를 보였다.


「우리가 지금 어디에 있지요?」라고 마리아가 물었다.


「지금 도착했어요」라고 그 여자가 대답했다.


버스는 돌이 깔린 정원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곳에는 오래 된 수도원처럼 보이는 크고 어두컴컴한 건물이 거대한 나무숲 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정원에 켜져 있던 가로등 불빛에 눈이 부셔 승객들은 움직이지 않은 채 그대로 버스 안에 남아있었다. 마침내 군인복장을 한 여자가 유치원생들에게 하듯이 질서정연하게 승객들을 하차시켰다. 모두가 다 큰 여자들이었다. 그녀들은 꿈의 이미지 같아 보이는 정원의 어둠 속에서 아주 신속하게 움직였다. 그들 중 마지막으로 내린 마리아는 이 여자들이 모두 수녀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버스 문 앞에서 그들을 맞이한 몇몇 여자들이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것을 보자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비에 젖지 않게 담요로 머리를 덮고 있었으며 손바닥으로 딱딱 소리를 내어 리듬을 맞추면서 말 한 마디 하지 않은 채 버스에서 내린 여자들을 일렬횡대로 세웠다. 옆 좌석에 앉아있던 여자와 작별을 하면서 마리아는 담요를 되돌려 주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마리아에게 정원을 가로질러 가야하니 담요를 머리에 덮으라고 하면서 담요를 수위실에 반납하면 된다고 말했다.


 

「전화가 있을까요?」라고 마리아는 그녀에게 물었다.


「물론이죠. 저기 가면 가르쳐 줄 거예요.」라고 그 여자가 말했다.


그녀는 마리아에게 다시 담배 한 대를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마리아는 젖은 담배 한 갑을 모두 주었다. 「가는 도중에 다 마를 겁니다.」라고 그녀에게 말했다. 군인복장을 한 여자는 버스 계단에서 손을 흔들어 작별하면서 「행운을 빕니다」라고 거의 소리치듯이 마리아에게 말했다. 버스는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떠났다.


마리아는 건물 입구로 뛰기 시작했다. 한 여자 감시요원이 힘차게 손바닥을 쳐서 그녀를 멈추려고 했지만 부득이하게 큰 소리를 쳐야만 했다. 「멈추라고 말했잖아!」그러자 마리아는 담요 밑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눈초리와 그녀에게 줄을 서라고 지시하는 둘째손가락을 보자 어떻게 해볼 조리가 없음을 알았다. 마리아는 그녀의 지시에 복종했다. 건물 현관에서 마리아는 그 대열에서 빠져나와 어디에 전화가 있느냐고 수위에게 물었다. 한 여자 감시요원이 그녀의 어깨를 손바닥으로 치면서 다시 줄로 돌아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주 달콤하게 말했다.


「이리로 와요. 이리로 오면 전화가 있어요.」


마리아는 다른 여자들과 함께 을씨년스러운 복도로 따라갔다. 그리고는 마침내 집단으로 잠을 자는 침실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감시를 하던 여자들은 담요를 거두고는 침대를 배정하기 시작했다. 일반 여자 감시요원들과 복장이 다른 한 여자가 자기가 갖고 있는 명단과 방금 도착한 여인들이 브래지어에 박음질한 도화지 명찰들을 비교하면서 줄을 둘러보았다. 마리아는 그녀가 가장 인간적이고 가장 높은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마리아 앞에 오자 마리아가 명찰을 달고 있지 않다는 데 몹시 놀랐다.


「나는 전화를 걸려고 온 것뿐이에요」라고 마리아가 그녀에게 말했다.


그리고는 아주 빠르게 그녀의 자동차가 도로 중간에서 고장 나 버렸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파티의 마법사인 남편은 자정까지 약속 세 개를 지키기 위해 그녀를 바르셀로나에서 기다리고 있으며 그래서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없어서 그와 함께 갈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온 것뿐이라고 말했다. 시계는 벌써 일곱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는 10분 내로 집에서 출발해야만 하며 그녀는 자기가 늦게 도착함으로써 모든 약속이 취소되지나 않을까 두렵다고 말했다. 그 여자 감시원은 주의 깊게 그녀의 말을 듣고 있는 것 같았다.


「이름이 뭐지요?」라고 마리아에게 물었다.


마리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자기 이름을 말했다. 그 여자는 몇 번이나 그 명단을 훑어보았지만 그녀의 이름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자 놀란 얼굴을 하며 한 감시요원에게 물어보았다. 질문을 받은 여자 감시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어깨만 움찔거렸다.


「난 전화만 하려고 온 것뿐이란 말이에요」라고 마리아가 말했다.


「나도 알아요」라고 수녀원장이 말했다. 그리고 현실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도 위선적이며 부드럽게 마리아를 침대까지 데려다 주었다. 「행동만 잘하면 당신이 원하는 그 누구와도 전화를 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안 돼요. 내일 전화하도록 하세요.」


 

그때 마리아의 머리 속에는 왜 버스에 있던 여자들이 어항 속의 금붕어들처럼 움직이고 있었는지를 알게 해주는 생각이 불현듯 머리를 스쳤다. 사실 그녀들은 진정제를 먹고 잠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어둠 속에 묻혀 있는 돌로 된 두꺼운 벽과 차가운 계단이 있던 그 건물은 다름 아닌 정신병자들을 수용하는 정신병원이었던 것이다. 그런 사실을 알게 되자 그녀는 질겁하여 침실에서 도망치려고 했다. 하지만 현관에 도착하기도 전에 작업복을 입고 있는 몸집이 커다란 여자 감시원이 일격에 그녀를 휘어잡고는 바닥에서 마스터키를 채워 그녀를 꼼짝 못하게 했다. 마리아는 무서워 옴짝달싹하지 않은 채 그녀를 흘깃 쳐다보았다.


「하느님 도와주세요.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를 두고 맹세하는데 난 단지 전화만 하려고 왔을 뿐이에요.」라고 말했다.


그녀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작업복을 입은 이 정신 나간 여자 앞에서는 어떤 애원도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이와 같이 힘든 경우에 모든 책임을 맡고 있는 여자였다. 그녀는 굉장히 힘이 세었기 때문에 에르쿨리나(그리스 전설에 등장하는 헤라클레스를 빗대어 여성화시켜 부르는 이름 - 옮긴이)라고 불리고 있었다. 그녀는 자칫 실수하면 죽일 수 있는 기술에 훈련된 북극곰 같은 힘센 팔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두 명의 격리 수용자가 그녀의 팔에 목 졸려 죽었던 전력(前歷)이 있는 여자였다. 첫 번째 경우는 사고 때문에 죽었다고 검증함으로써 해결되었다. 하지만 두 번째는 사고라고 단정할 수 없는 경우였다. 그래서 에르쿨리나는 징계를 받았고, 다음번에도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철저한 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는 경고를 받았다. 떠도는 말로는 성(姓)만 이야기해도 알 수 있는 명성 있는 가문의 길 잃은 가엾은 양은 스페인의 다른 정신병원에서도 수상쩍은 경력이 있다는 것이었다.


첫날밤에 마리아를 재우기 위해 감시원들은 마리아에게 수면제를 주사했다. 새벽녘이 되기도 전에 그녀는 담배를 피고 싶어 못 견뎌 눈을 떴다. 바로 그때 마리아는 자기의 손목과 발목이 침대에 꽁꽁 묶여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아무도 마리아의 비명 소리에 달려오지 않았다. 아침이 되기 전에 그곳 감시원들은 마리아를 의무실로 데려가야만 했다. 왜냐하면 마리아는 그렇게 된 자신의 비참함의 늪에 허우적거리면서 정신을 잃었던 것이다. 그러는 동안 남편은 바르셀로나에서 그녀가 어디로 갔는지 아무런 흔적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가 제정신으로 돌아왔을 때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때 세상은 사랑으로 가득 찬 연못과 같아 보였다. 그녀의 침대 맞은편에는 느리게 어슬렁어슬렁 걸으며 느긋한 미소를 짓고 있는 기념비적인 한 남자 노인이 있었다. 그가 멋지게 두 발짝 걷는 모습을 보자 그녀는 다시 삶의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다름 아닌 정신병원 원장이었다.


그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다른 말을 건네기도 전에 마리아는 제일 먼저 담배 한 대를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담배에 불을 붙여 주었다. 그리고는 거의 가득 차 있는 담배 한 갑을 선사했다. 마리아는 울음을 참을 수 없었다.


「지금 울고 싶으면 울고 싶은 만큼 실컷 울도록 해요」라고 졸리는 목소리로 의사가 말했다. 「눈물보다 더 좋은 처방은 없으니까요.」


마리아는 부끄러움도 잊은 채 실컷 울었다. 그녀는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난 그녀의 정부(情夫)들과의 사랑이 끝난 후 권태감에 빠졌을 때에도 그런 적이 없었다. 마리아의 말을 들으면서 의사는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빗겨 주었다. 그리고 좀 더 숨을 편안히 쉴 수 있도록 베개를 정리해 주고는 그녀가 꿈도 꾸지 못했던 지식과 달콤한 방법으로 불확실성의 미로를 향해 마리아를 이끌어 주었다. 그건 한 남자가 그녀와 잠자리를 같이한다는 보상도 요구하지 않은 채, 온 정성을 다해 그녀의 말을 들어주던 남자가 그녀를 이해했다는 인상이었다. 이것은 마리아가 생애 처음으로 느끼는 불가사의한 것이었다. 이렇게 긴 한 시간이 지나자 그녀는 마음이 후련해졌다. 그리고는 자기 남편에게 전화로 말할 수 있게 허락을 해달라고 했다. 그러자 의사는 자기 지위에 맞는 위엄을 갖추면서 일어섰다. 「아직은 안 돼요」라고 말하면서 그녀가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했던 가장 부드러운 손바닥을 마리아의 얼굴에 갖다 댔다. 「모든 건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겁니다.」그리고는 문에서 그녀에게 주교와 같은 방법으로 축복인사를 하고 영원히 사라져 버렸다.


 

「내 말을 믿어요」라고 그는 마리아에게 말했다.


그날 오후 마리아는 일련번호를 부여받고 그녀가 어디에서 왔는지 불분명하며 또한 그녀의 신원도 미상이라는 피상적인 평과 함께 수용소에 수감되었다. 그리고 서류 가장자리에는 「동요(動搖)를 일으킴」이라는 소장의 글씨와 사인이 된 의견이 적혀 있었다.


마리아가 예견했던 대로 남편은 약속 세 개를 지키기 위해 반시간이나 늦게 오르타 구역에 있는 허름한 아파트에서 나왔다. 두 사람이 아주 궁합이 잘 맞는 동거생활을 시작한 지 거의 이 년이 지났지만 그녀가 제시간에 도착하지 않은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는 주말에 그 지역을 휩쓴 강한 폭우 때문에 늦는 것이라고 이해했다. 그래서 집을 나서기 전에 밤의 여정을 적은 메모를 문에 꽂아 두었다.


모든 어린아이들이 캥거루로 변장한 첫 번째 파티에서 그는 보이지 않는 물고기들을 보여주는 멋진 속임수를 빼 버려야만 했다. 왜냐하면 그녀의 도움 없이 그 마술을 보여준다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약속장소는 93세가 된 휠체어를 탄 늙은 여자 노인의 집이었다. 그녀는 최근 30년 동안 생일 파티에 각각 다른 마술사를 초대했다고 우쭐댔다. 그는 마리아가 제시간에 도착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몹시 마음에 걸렸기 때문에 아주 단순한 놀이에도 정신을 집중할 수가 없었다. 세 번째 약속장소는 매일 밤 그가 마술을 보여주는 람블라스 가(街)에 있는 카페 콘서트였다. 그곳에서 그는 아무런 영감도 없이 프랑스 관객들에게 그냥 손에 익은 마술을 보여주었다. 그 관광객들은 눈앞에서 보는 마술을 믿지 않았다. 그들은 마술을 믿는다는 것을 거부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약속장소에서 마술이 끝날 때마다 그는 마리아가 전화를 받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면서 집에 전화를 했다. 마지막으로 전화를 했을 때 그는 마리아에게 어떤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는 불안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공연을 위해 개조한 소형 트럭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그는 파세오 데 그라시아의 야자수 나무에서 봄의 광채를 보았다. 그리고 마리아가 없는 도시는 그에게 어떨 것인가라는 불길한 생각을 하자 온 몸이 떨려 왔다. 그가 남긴 메모가 아직도 문 앞에 붙어 있는 것을 보자 그의 마지막 희망은 사라져 버렸다. 그는 너무도 당황한 나머지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것조차도 잊어버렸다.


나는 지금 이 글을 쓸 때야 비로소 그의 진짜 이름이 무엇인가를 안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왜냐하면 우리는 바르셀로나에서 그의 직업을 나타내는 <마법사 사투라노>란 이름으로만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아주 이상한 성격의 소유자였으며 남들과의 사교활동은 거의 빵점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반면에 그에게 부족한 성격과 요령이 마리아에게는 넘쳐흘렀다. 그의 손을 이끌고 신비스런 분위기를 풍기는 바르셀로나 공동체로 데려간 것도 바로 그녀였다. 바르셀로나에서는 자정이 넘어 자기 아내에 관해 묻기 위해 전화를 하려는 생각은 전혀 꿈도 꿀 수 없는 그런 곳이었다. 사투르노는 그곳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런 행동을 했었다. 그리고 다시는 그런 일을 기억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날 밤 그는 사라고사에 전화를 하는 것만으로 참을 수밖에 없었다. 전화를 하자 잠에서 채 깨지도 않은 할머니가 전혀 놀라는 기색도 없이 마리아는 점심을 먹고 바로 출발했다고 말했다. 그가 잠을 이룬 지 한 시간도 채 안 되어 새벽이 밝아 오기 시작했다. 그 동안 그는 깊은 수렁에 빠진 듯한 꿈을 꾸었는데 그 꿈에서 마리아가 갈기갈기 찢어진 채 피로 범벅이 된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러자 그는 마리아가 이제부터 영원히 자신을 혼자 놔둔 채 버렸으며 자신은 이 광활한 세상에서 그녀 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무서운 확신을 갖고 잠에서 깨어났다.


 

최근 5년 동안 마리아는 세 번에 걸쳐 그를 포함한 세 명의 다른 남자들과 그런 행동을 했었다. 그녀는 그를 알게 된 지 6개월 만에 멕시코시티에 그를 홀로 남겨 둔 채 떠났었다. 그 당시 그들은 안수레스 지역의 식모 방에서 사랑에 미쳐 행복으로 신음하고 있을 때였다. 어느 날 마리아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사랑을 남용한 밤이 지나자 다음날 아침 그 집에서 잠을 깨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모든 것, 심지어는 옛날 결혼반지까지 버린 채 집을 떠났던 것이다. 그리고는 편지 한 장을 남겨 두었는데 그 편지에는 분별없었던 그런 사랑의 격랑에서 살아남을 자신이 없다고 쓰여져 있었다. 사투르노는 그녀가 첫 번째 남편에게 돌아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남편은 마리아의 고등학교 동기동창으로 그들은 미성년자였을 때 몰래 숨어서 결혼을 했었다. 하지만 사랑은 식었고 그렇게 2년이란 세월이 지나자 마리아는 다른 남자를 택하면서 첫 남편을 버렸던 것이다. 하지만 그가 생각한 대로 마리아는 첫째 남편에게 돌아간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부모의 집으로 돌아갔던 것이다. 그래서 사투르노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녀를 다시 찾고자 그 집으로 갔다. 그리고는 그녀에게 무조건 빌었으며 자기가 해줄 수 있는 것 이상으로 해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기의 결심을 굽히지 않았다. 「짧은 사랑도 있고 긴 사랑도 있어요」라고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는 인정사정없이 「이번 사랑은 짧은 사랑이에요」라고 결론 내렸다. 그는 그녀의 고집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런데 모든 성인의 날 새벽, 1년 동안 그녀가 없던 외로운 고아의 방으로 그가 돌아왔을 때 밀감나무 왕관과 처녀 신부가 입는 긴 꼬리가 달린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거실의 소파에서 잠자고 있는 마리아를 발견했다.


마리아는 그에게 모든 것을 사실대로 말했다. 새 애인이었던 자식 없고 경제적으로 안정된 홀아비와 평생 동안 살기 위해 교회에서 정식으로 결혼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는 이런 그녀에게 웨딩드레스를 입히고 교회제단에서 그를 기다리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녀의 부모는 어찌되었든지 피로연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녀는 이 게임의 법칙을 따랐다. 춤도 추었고 마리아치(멕시코에서 유행가를 부르는 밴드의 일종 - 옮긴이)와 함께 노래도 불렀으며 술도 마셨다. 그리고 뒤늦게 엄청난 후회를 하면서 그날 자정 무렵 사투르노를 찾으러 왔던 것이다.


그는 집에 없었지만 마리아는 복도 화분에 숨겨져 있던 열쇠를 찾아낼 수 있었다. 예전에 그들은 항상 그곳에 열쇠를 숨겨 놓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그녀가 무조건 항복을 해왔다. 「그럼 지금부터 언제까지 나와 함께 살거지?」라고 그는 마리아에게 물었다. 그녀는 비니시우스 데 모리에스(Marcus Vinicius de Melo Moraes,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태생의 시인 1930년대와 1940년대 사이에 영화비평가로 활동했으며 이 시기에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함. 1943년부터 외교관으로 미국, 스페인, 우루과이, 프랑스 등지에서 근무. 1950년대에는 <보사노바>라는 대중음악운동에 참여하여 시와 노래를 접목시키기 위해서 노력함 - 옮긴이)의 시구를 인용해 대답했다. 「사랑은 계속되는 한 영원한 것입니다.」그 일이 있은 후 2년이 지났지만 그 사랑은 영원히 지속될 것 같아 보였다.


 

마리아는 점점 철이 드는 것 같았다. 여배우가 되겠다는 그녀의 꿈도 버린 채 일에서 뿐만 아니라 침대에서도 그에게 모든 정성을 다했다. 지난해 말에는 페르피냥에서 열린 마법사 대회에도 함께 참석했고 돌아오는 길에 바르셀로나를 알게 되었다. 그들은 이 도시가 너무 마음에 들었고 그래서 여기에서 8개월 이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들의 사업은 아주 잘 되었고 그래서 카탈루냐적인 색채가 물씬 풍기는 오르타 구역에 아파트를 한 채 샀다. 주위가 시끄럽고 수위도 없는 아파트였지만 다섯 명의 자식도 너끈히 기를 수 있는 널찍한 아파트였다. 그녀가 차를 렌트하여 월요일 7시까지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사라고사로 친척을 방문하러 갔던 주말까지도 그 행복은 충분히 가능한 것이었다. 목요일 새벽이 되었지만 그녀가 살아 있다는 아무런 흔적도 없었다.


다음 주 월요일 렌터카 보험회사가 마리아에 관해 물어 보기 위해 전화를 했다. 「난 아무것도 몰라요」라고 사투르노가 말했다. 「그녀를 찾고 싶으면 사라고사에서 찾아보세요」라고 말하고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일주일 후 경찰이 형체만 덩그렇게 남아있는 자동차를 카디스의 한 도로에서 발견했다는 소식을 갖고 찾아왔다. 차가 발견된 곳은 마리아가 차를 놓아둔 곳에서 900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이었다.


경찰은 그녀가 자동차를 도둑질한 이유에 관해 자세히 알고 싶어 했다. 그때 사투르노는 고양이에게 먹을 것을 주고 있었다. 그래서 경찰관을 슬쩍 쳐다보고는 단도직입적으로 시간낭비하지 말라고 하면서 자기 아내는 집에서 도망쳤으며 그는 그녀가 누구와 함께 어디로 갔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그의 말이 너무 확신에 차 있었기 때문에 경찰은 해서는 안 될 질문을 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그런 질문을 한 것에 대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렇게 이 사건은 종결되었다.


마리아가 다시 자기를 떠났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놀란 사투르노는 카다케스에 있는 파스콰 플로리다 지역을 방황했다. 그곳은 로사 레가스가 요트를 타자고 그들을 초대했던 장소였다. 우리는 프랑코 체제가 황혼 무렵에 있을 때 고쉬 디빈느 가(街)에 있는 <마리팀>이라는 북적북적거리는 우중충한 술집에 있었다. 우리는 그곳에 있던 철제 의자와 철제 테이블에 빙 둘러앉아 있었다. 그 테이블에는 기껏해야 여섯 명이 힘들게 껴 앉을 수 있었지만 그런 곳에 우리는 스무 명이 넘게 앉아 있곤 했다. 그날 모임에서 두 번째 담뱃갑을 모두 피워 버리자 마리아는 성냥이 다 떨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자 로마의 청동 팔찌를 한 남자다운 털이 나 있는 비쩍 마른 팔이 테이블에 앉아 있던 사람들을 헤치고 나와 불을 켜주었다. 그녀는 그가 누군지 쳐다보지도 않은 채 고맙다고 했다. 하지만 마법사 사투르노는 성냥불을 켜 준 그 사람을 보았다. 그는 마르고 가슴에는 털이 하나도 없이 죽은 사람처럼 창백한 얼굴에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검은 머리를 매고 있는 청년이었다. 당시 술집의 술잔들은 봄에 불어오는 거센 북풍 같은 바람을 간신히 견디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 바람도 아랑곳하지 않다는 듯이 건달들이 입는 거친 면으로 된 파자마 같은 옷을 걸치고 농부들이 신는 샌들을 신고 있었다.


그들은 그 청년을 그 해 가을이 끝날 무렵이 되어서야 다시 볼 수 있었다. 라 바르셀로네타라는 해산물 전문 싸구려 음식점에서 그 청년은 그들을 보자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인사를 했다. 그 청년은 얇은 싸구려 면으로 된 옷을 걸치고 있었고 머리를 동여맨 대신에 세 갈래로 땋고 있었다. 그 청년은 마리아에게 키스를 했고 그녀도 키스에 상응하는 인사를 했다. 그러자 사투르노는 그들이 둘이 자기 모르게 몰래 만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불현듯 일기 시작했다. 며칠 후 그는 우연히 주소록에서 마리아가 적어놓은 새로운 이름과 새 전화번호를 발견했다. 그러자 인정사정없는 질투심이 일어나 그가 누구인지를 알아보았다. 그 침략자의 신상기록부는 그의 모든 것을 가르쳐주었다. 그는 스무 살이었고 갑부의 외아들이며 패션 쇼윈도 장식가이고 남자 여자 가리지 않고 사랑을 하는 사람으로 유명했고 또한 기혼여성들을 임대해 위안을 베풀어주는 사람으로도 그 명성이 자자했다. 하지만 그는 마리아가 집으로 돌아오지 않은 그날 밤까지 이런 것을 모두 알고서도 꾹 참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 밤부터 사투르노는 매일 그에게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침 여섯시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두 시간, 혹은 세 시간 간격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 이후에는 전화가 눈에 띄는 대로 아무 때나 수시로 전화를 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그 전화에 대답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자 그는 더욱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나흘째가 되던 날 드디어 한 여자가 전화를 받았다. 그 여자는 그 집에 청소를 하러 다니던 안달루시아 출신의 파출부였다. 「그 청년은 떠났어요」라고 그에게 말했다. 그런데 그 대답은 너무 막연했기 때문에 그를 미치게 하기에 충분했다. 사투르노는 혹시 거기에 마리아가 그곳에 없느냐고 물어 보려는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다.


「여기에 마리아라는 사람은 없어요」라고 그 여자가 말했다. 「그 청년은 미혼입니다.」


「나도 알아요.」라고 그는 그 여자에게 말했다. 「그곳에 살지 않지만 가끔 그곳에 갑니다. 그렇죠?」


그러자 그 여자는 불끈 성질을 냈다.


「그렇게 말하는 당신은 도대체 누구요?」


사투르노는 전화를 끊었다. 그 여자의 그런 부정적인 대답은 마리아가 그곳에 가지 않았다는 것을 재확인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이런 말은 그에게 의심의 차원을 벗어나 틀림없이 마리아가 그곳에 드나들었다는 확신을 하게 하는 동기가 되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그는 자기 자신을 억제할 수 없었다. 다음날부터 그는 알파벳 순서대로 바르셀로나에 있는 아는 사람들에게 모두 전화를 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녀에 관해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전화를 할 때마다 그는 점점 더 비참한 느낌이 들 뿐이었다. 질투로 인한 그의 광기는 고쉬 디빈느가의 술집을 드나들던 뻔뻔스런 밤샘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한 것이었다. 그리고 어떤 농담으로 대답을 하던지 간에 그 농담은 그를 더욱 괴롭게 할 뿐이었다. 그 때 그는 영원히 행복하게 살 수 없는 아름답지만 괴팍스럽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그 도시에서 자신이 어느 정도로 그녀를 찾고자 노력했는가를 알게 되었다. 다음날 새벽, 고양이에게 먹을 것을 준 다음 그는 마리아로 인해 죽지 않기 위해 자기 가슴을 짓누르면서 마리아를 잊기로 결심했다.


2개월이 지났어도 마리아는 아직 정신병원의 삶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제대로 다듬어지지도 않은 거친 나무 테이블에 매달려 있는 식기 한 벌을 갖고 감옥 배급식량을 쪼아 먹고 있었으며, 또 중세의 음침한 식당을 통치하는 프란치스코 프랑코 장군의 초상화를 보면서 겨우 생명을 유지하고 있었다. 처음에 그녀는 새벽, 낮, 초저녁 일과 중의 하나로 어리석기 짝이 없는 미사를 보는 시간을 거부했으며 수용소 생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다른 교회 활동도 뿌리치고 있었다. 그녀는 쉬는 시간에 정원에서 공놀이하는 것도 거부했으며 수용자들이 미친 듯이 열심히 일하던 조화(造花) 공장에서 일하는 것도 거부했다. 하지만 셋째 주부터 수녀원 생활에 조금씩 참여하기 시작했다. 의사들은 어쨌든 간에 모든 수용자들이 그렇게 시작하며 조만간 공동체 생활에 합류하게 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처음에 마리아는 부족한 담배를 한 여자 간수가 금값처럼 팔고 있는 담배로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지고 있던 얼마 안 되는 돈이 떨어지면서 담배를 구할 수 없게 되자 그것이 그녀를 더욱 고통스럽게 했다. 그러자 그녀는 몇몇 수용자들이 휴지통에서 주운 담배꽁초를 신문지에 말아 만든 담배로 위로를 삼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담배를 피고 싶다는 고민이 전화를 하고 싶다는 강박관념만큼 강렬해지기 시작했다. 그 후에 그녀는 조화를 만들어서 벌은 보잘것없는 돈으로 조금이나마 이런 고민을 해결할 수 있었다.


 

가장 힘든 것은 밤에 느끼는 고독이었다. 많은 수용자들이 그녀와 마찬가지로 어둠 속에서 눈을 뜬 채 밤을 지새곤 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것에 대해 말하려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야간 여간수가 쇠사슬과 수갑을 갖고 굳게 닫힌 문 앞에서 함께 밤을 새우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밤 마리아는 고독의 악몽에 진절머리가 났다. 그래서 침대에 누워있는 옆 수용자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큰 목소리로 물었다.


「우리가 있는 곳이 어디지요?」


옆 수용자가 굵지만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깊은 심연의 지옥에 있어요.」


「이곳은 모어 족의 땅이라고 말하고 있어요.」라고 멀리 있던 사람이 방 안이 쩡쩡 울리게 말했다. 「그런데 그 말은 사실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여름에 달빛이 빛날 때면 바다를 향해 짓는 개소리가 들리거든요.」


그 때 해적선의 닻과 같은 쇠사슬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열렸다. 그러자 순간적으로 방 안에는 적막이 흘렀고 여간수만이 이런 적막 속에서 유일하게 살아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여간수는 방 안 끝에서 끝으로 왔다갔다하기 시작했다. 마리아는 무서워 몸을 떨었다. 그녀만이 그 이유를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마리아가 수용소에 수감되던 첫째 주부터 야간 여경비원은 그녀에게 간수의 방에서 자기와 함께 자자고 노골적인 제안을 했었다. 아주 구체적인 협상을 하자는 목소리였다. 즉 사랑을 하는 대가로 담배나 초콜릿 아니면 기타 다른 것들을 교환하자는 제안이었다. 「네가 필요한 것은 모두 가질 수가 있어」라고 마리아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너는 수용소에서 여왕처럼 지낼 수가 있어.」마리아가 그 제안을 거절하자 여간수는 방법을 바꾸었다. 마리아의 베개 밑이나 아니면 가운 주머니 등 전혀 생각도 할 수 없는 장소에 사랑한다는 내용을 담은 쪽지를 넣어 두었던 것이다. 그것은 바위도 덜덜 떨게 할 수 있는 파렴치한 명령을 수행하라는 내용의 메시지였다. 한 달 조금 넘어서까지만 해도 여간수는 자신이 패배했다는 것을 알고 참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어느 날 밤 침실에서 사건이 일어났던 것이다.


여간수는 모든 수용자들이 잠을 자고 있다는 확신이 들자 마리아의 침대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마리아의 귀에 대고 이 세상의 다정한 음담패설이란 말은 모두 다 속삭였다. 그러면서 마라아의 얼굴과 공포에 질려 긴장한 목, 빳빳하게 굳은 팔과 축 처져 있는 다리에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여간수는 마리아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은 두려워서가 아니라 즐거움으로 그렇다고 생각했는지 키스보다 더 심한 것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 마리아가 손등으로 그녀를 옆 수용자의 침대에 부딪칠 정도로 세게 때렸다. 여간수는 놀라 날뛰는 수용자들의 난장판 속에서 노기를 띤 채 그 분위기에 휩싸였다.


「개 같은 년!」이라고 소리쳤다. 「네년이 내가 좋아 미칠 때까지 이 돼지우리에서 한 번 함께 썩어봐!」


여름은 6월의 첫 번째 일요일이 오지도 않았는데 벌써 일찌감치 와 있었다. 그래서 응급조치를 취해야만 했다. 왜냐하면 더위에 지친 수용자들이 미사 시간 동안 두꺼운 서지천으로 된 옷을 벗어버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마리아는 눈 먼 닭들을 쫓듯이 여간수들이 벌거벗은 환자들을 성당으로 몰아내는 그런 광경을 재미있게 지켜보았다. 그리고 이런 혼란 속에서 마리아는 여간수들의 매를 맞지 않기 위해 자신을 보호하려고 애썼다. 그때 자기도 모르게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혼자 남아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사무실에는 제발 받아달라는 듯이 전화벨이 끊임없이 울리고 있었다. 마리아는 아무 생각 없이 전화를 받았다. 그러자 시간을 알려주는 전화 서비스의 목소리를 흉내내면서 멀리서 들려오는 웃는 소리를 들었다.


 

「지금 시간은 45시 92분 107초입니다.」


「미친 놈」이라고 마리아는 말했다.


그녀는 웃으면서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방에서 나가려고 했는데 그때 자신이 더 이상 오지 않을 중요한 기회를 잃어버리고 있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그러자 여섯 자리로 된 전화번호를 돌렸다. 너무 긴장된 상태로 급히 돌렸기 때문에 그 번호가 자기 집 전화번호가 틀림없다고는 확실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쿵쿵 뛰는 가슴으로 기다렸다. 그러자 귀에 익은 굶주리고 슬픈 전화벨 소리를 들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울리자 마침내 그녀 없이 집에서 나름대로 살고 있는 한 남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여보세요?」


마리아는 갑자기 울음이 터져 나와 목이 잠겼기 때문에 그 울음이 멈출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여보, 나예요.」라고 한 숨을 쉬었다.


울음으로 더 이상 말할 수가 없었다. 상대편 전화에서는 놀란 듯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는 질투로 흥분된 목소리가 이런 말을 뱉어냈다.


「개 같은 년!」


그리고는 아무 말 없이 뚝 끊어버렸다.


그날 밤 갑작스런 정신착란 상태에서 마리아는 식당에 있던 프랑코 장군의 초상화를 떼어 내어 정원 쪽 유리창을 향해 있는 힘을 다해 던져 버렸다. 그리고는 피에 흥건하게 적신 채 굴러 떨어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마리아는 자기를 붙잡으려는 간수들의 매에 저항하고도 남을 힘이 있었다. 그래서 간수들은 그녀를 제대로 붙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 때 마리아는 팔짱을 낀 채 자신을 쳐다보면서 문 앞에 꿈쩍도 하지 않고 서 있는 에르쿨리나를 보았다. 그러자 마리아는 자진해서 항복을 하고 말았다. 하지만 간수들은 성난 미친 여자들이 수용되어 있는 곳까지 마리아를 질질 끌고 가서는 차가운 물이 뿜어 나오는 호수로 녹초를 만든 다음 다리에 테레빈유 주사를 놓았다. 이 주사로 인해 다리가 퉁퉁 부어 제대로 걷지도 못하면서 마리아는 이 지옥을 빠져나가게 할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다음 주 일반 침실로 돌아가는 길에 그녀는 살며시 발꿈치로 걸어 야간 여간수의 방문을 두드렸다.


마리아가 제일 먼저 요구한 몸값은 마리아의 남편에게 메시지를 전해 달라는 것이었다. 여간수는 죽을 때까지 이 협상 내용을 절대 비밀로 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마리아의 제의를 승낙했다.


「만일 언젠가 그 비밀이 알려지면 넌 죽는 거야.」


이렇게 해서 그 다음 주 토요일 마법사 사투리노는 마리아의 귀환을 축하하기 위해 준비한 서커스 트럭을 타고 정신요양소로 오게 되었다. 원장은 전투함 같이 깨끗하고 정돈된 자기 사무실에서 손수 그를 맞이했다. 그리고는 그의 아내의 상태에 고나해 다정한 목소리로 보고를 했다. 마리아가 이곳에 입원하게 된 첫 번째 자료는 원장이 마리아를 인터뷰했을 때 기록된 공식문서밖에 없었기 때문에 아무도 그녀가 어디에서 어떻게, 그리고 언제 이곳으로 왔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모든 것 중에서 원장이 가장 궁금하게 생각하고 있던 것은 사투르노가 어떻게 해서 그의 아내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느냐는 것이었다. 사투르노는 여간수를 들먹이지 않고 말했다.


 

「자동차 보험회사가 알려주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원장은 그 말에 아주 흡족하다는 듯이 그 말에 자기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난 보험회사들이 어떻게 그 모든 것을 알아내는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아무것도 없는 책상 위에 홀로 놓여 있는 서류를 흘끗 쳐다보고는 다음과 같이 결론지었다.


「단 하나 확실한 것은 당신 아내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입니다.」


원장은 만일 마법사 사투르노가 아내의 행복을 위해 지시하는 대로 신중히 행동할 것만을 약속한다면 그에게 의당 취해야 할 예방책을 미리 알려준 다음, 마리아를 방문할 수 있도록 허락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 예방책은 마리아가 점점 자주 그리고 갈수록 위험하게 자기 화를 이기지 못해 정신착란 상태에 빠지고 있는데, 그렇게 되지 않게끔 그녀를 다루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었다.


「이상하군요.」라고 사투르노가 말했다. 「항상 과격한 성격이기는 했어도 무척 자기 제어를 잘 했어요.」


의사는 자신은 모든 것을 다 아는 사람이라는 태도를 취했다. 「오랫동안 그런 행동이 잠복되어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폭발하게 됩니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여기에 수용될 수 있었던 것은 하나의 행운입니다. 우리는 거칠게 다루어야 하는 경우에 있어서는 전문가들이니까요.」그리고 마지막으로 마리아가 전화에 대한 이상한 강박관념을 갖고 있다고 알려주었다.


「이대로만 하십시오」라고 말했다.


「걱정 마십시오, 박사님」이라고 사투르노는 명랑하게 말했다. 「그건 제 전공입니다.」


감방과 고백실이 한데 섞인 것 같은 방문실은 예전에는 수도원의 면화실로 쓰이던 곳이었다. 사투르노는 면회실에 들어갔지만 그것 때문에 기쁜 감정이 폭발하지는 않았다. 물론 그들 두 사람은 각자가 서로 즐거워 기뻐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마리아는 방문실 한가운데 서 있었고 그녀 옆에는 조그만 테이블이 있었다. 그 테이블에는 두 개의 의자가 있었고 꽃이 꽂혀있지 않은 화병 한 개가 놓여 있었다. 딸기빛을 띤 처참한 외투를 입고 동냥으로 얻은 추접스런 신발을 신고 있었던 것으로 보아 마리아는 그와 함께 수용소를 떠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면회실 한구석에 거의 보이지 않게 에르쿨리나가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마리아는 남편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꼼짝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아직도 유리 파편으로 피가 군데군데 묻어있는 얼굴에도 어떤 감정 같은 것을 전혀 엿볼 수 없었다. 두 사람은 서로 인사치레로 키스를 했다.


「기분은 어때?」라고 사투르노가 물었다.


「난 마침내 당신이 왔다는 사실에 몹시 기뻐요」라고 그녀가 말했다. 「이건 마치 죽음과 같았어요.」


그들은 의자에 앉을 시간이 없었다. 울음으로 목이 막히면서도 마리아는 수녀원의 비참함, 여간수들의 야만성 그리고 개밥보다도 못한 음식 또한 공포에 질려 눈을 감지 못한 채 지내야 하는 끝없는 밤들에 관해 말했다.


「난 지금 내가 얼마 동안이나 이곳에 있었는지도 알 수가 없어요. 몇 달이 된 것인지 아니면 몇 년이 흘렀는지 말이에요. 단지 날이 가면 갈수록 더 악화되고 있다는 것만 알 뿐이에요」라고 말하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난 예전의 나로 결코 돌아갈 수 없을 거예요.」


 

「이제 모든 것은 다 지난 일이야」라고 사투르노는 손바닥으로 최근에 얼굴에 난 상처를 어루만지면서 말했다. 「원장이 허락만 한다면 난 계속해서 매주 토요일날 올 거야. 이젠 모든 게 다 잘 될 거야.」


그 말을 듣자 그녀는 공포에 질린 눈으로 그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사투르노는 그의 마법술처럼 아주 기술적으로 말하려고 심혈을 다했다. 아주 커다란 거짓말을 하는 철부지 아이들 같은 목소리로 마리아에게 의사의 처방을 아주 완곡하게 이야기해 주었다. 「그러니까 완전히 회복되려면 조금 기다려야만 돼」라고 결론적으로 말했다. 마리아는 그 말 뒤에 숨겨져 있던 사실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맙소사!」라고 아연실색하면서 말했다. 「설마 당신도 내가 미쳤다고 생각한다고는 말하지 않겠죠?」


「그게 무슨 소리야!」라고 그는 웃으려고 노력하면서 말했다. 「내 말은 당신이 여기에서 조금 더 있는 것이 모두를 위해 좋다는 말이야. 그러니까 당신이 조금 더 나아질 때까지 말이야.」


「하지만 난 당신께 단지 전화를 걸려고 이곳에 온 것뿐이라고 말했잖아요!」라고 마리아가 말했다.


그는 마리아의 가공할 만한 강박관념 앞에서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는 에르쿨리나를 쳐다보았다. 에르쿨리나는 그의 시선을 응시하면서 이제 방문이 끝날 시간이 되었다는 신호로 자기가 차고 있던 손목시계를 가리켰다. 마리아는 그 신호를 알아채고는 뒤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곧 자기를 덮치기 위해 긴장하고 있는 에르쿨리나를 보았다. 그러자 정말 미친 여자처럼 남편의 목을 꽉 쥐어 잡고는 소리치기 시작했다. 그는 그가 할 수 있는 최대한도의 사랑으로 그녀를 뿌리치려고 했다. 그리고는 마리아를 어깨 뒤로 움켜잡은 에르쿨리나의 손에 자기 아내를 맡겼다. 에르쿨리나는 마리아에게 반격할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 왼손에 수갑을 채워 버렸다. 그리고는 철같이 힘센 팔로 다른 팔을 목 주위까지 꺾으면서 마법사 사투르노에게 소리쳤다.


「그만 가요!」


사투르노는 혼비백산하여 도망쳐 버렸다.


하지만 다음 주 토요일 사투르노는 지난 주 방문의 놀람에서 완전히 회복된 상태로 고양이를 데리고 정신병원을 다시 찾아왔다. 고양이는 그와 똑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그들은 위대한 레오파드(희랍 신화에서 디오니소스의 속성을 의미하며 잔인함과 동물적 공격성, 악마 등을 상징함 - 옮긴이)처럼 붉고 노란 줄무늬 옷에 뾰족모자를 쓰고 마치 날아갈 것처럼 한 번 반을 두른 망토를 걸치고 있었다. 사투르노는 수녀원 정원까지 트럭을 타고 들어와서 거의 세 시간 동안 아주 기가 막힌 쇼를 펼쳤다. 수용자들은 시끄럽게 소리 지르고 때에 맞지도 않게 환성을 지르면서 발코니에서 그 쇼를 즐겼다. 마리아만을 제외하고는 모든 수용자들이 발코니에서 그 쇼를 지켜보았다. 마리아는 남편 만나기를 거부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발코니에서 그를 쳐다보는 것조차 원치 않았던 것이다. 사투르노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느낌이었다.


「환자들이 반발할 때 하는 아주 전형적인 태도입니다」라고 원장이 그를 위로했다. 「하지만 곧 괜찮아질 겁니다」


하지만 전혀 괜찮아지지 않았다. 사투르노는 마리아를 다시 만나기 위해 수없이 노력한 끝에 마지막으로 그의 편지를 받아 달라고 애원했지만 모두가 허사였다. 마리아는 아무 말도 없이 편지를 뜯지도 않은 채 네 번이나 되돌려 보냈던 것이다. 사투르노는 마리아를 만나는 것을 포기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가 현실 앞에 굴복하기 전까지 그는 정신병원 문 앞에 마리아가 필요한 만큼의 담배를 계속해서 놓고 갔다. 물론 그 담배가 마리아에게 도착하고 있는지 아닌지도 모르고 그랬던 것이다.


그가 다시 결혼을 해서 자기 나라로 되돌아갔다는 것 이외에 그에 관해 더 이상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바르셀로나를 떠나기 전에 그는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나 사랑을 나눈 애인에게 배가 고파 거의 죽게 된 고양이를 맡겼다. 그리고 그녀는 고양이 이외에도 마리아에게 계속 담배를 갖다 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녀 역시 종적을 감추고 말았다. 로사 레가스는 12년 전에 머리를 빡빡 깎은 채 동양의 어느 종교단체 옷인 주황색 법의를 입고 만삭이 된 그녀를 보았다고 회고했다. 그녀는 마리아에게 몇 번에 걸쳐 생각지도 못한 긴급한 사태를 해결해 주었으며, 어느 날 그 병원이 마치 그 불행했던 시대의 나쁜 기억이 부서진 것처럼 잿더미가 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까지 자기가 할 수 있는 한 담배를 갖다 주었다고 로사 레가스에게 말했다. 또한 그녀가 마리아를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 그녀는 아주 환한 얼굴이었으며 살은 좀 쪘지만 수녀원의 평안함에 흡족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날 고양이도 마리아에게 데려갔는데 그것은 사투르노가 고양이 먹이로 준 돈이 다 떨어져버렸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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